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엔 문턱이 없다. 건물 1층에 입점한 이 미용실엔 완만한 경사로가 자동문으로 손님을 안내한다. 이곳엔 별도의 샴푸실도 없다. 대신 미용의자마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샴푸대가 하나씩 짝을 지어 설치됐다. 샴푸실이 분리되지 않은 덕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머리를 감으러 휠체어로 이동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간 많은 장애인들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도 이동의 불편함 때문에 머리를 감지 않고 집에 가야 했다.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장애인친화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에서 미용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김태호 기자

지난 4일 정식으로 문을 연 헤어카페 더휴는 장애인들의 미용실 이용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은 전국 최초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다. 헤어카페 더휴는 노원구가 설립했으며 마들종합사회복지관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용 대상은 노원구에 사는 등록 장애인이다. 이곳에선 장애 인식 교육을 받은 미용사 2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근무한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답게 내부 시설은 장애인등편의법에 맞춰 설계됐다. 경사로로 만들어진 미용실 입구엔 점자 블록이 깔려 있다. 입구를 지나치면 전동휠체어 충전기가 눈에 띈다. 휠체어에서 미용의자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장애인 이동 리프트도 있다. 미용실 안에 장애인 화장실을 마련해 이용객들의 화장실 이용 불편을 덜었다. 한쪽엔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기저귀 교환 탈의실을 두었다.

이용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 18일 미용실에서 만난 지적장애인 박선주(24)씨는 염색하는 동안 이동식 스크린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박씨는 “다른 미용실에선 머리를 하는 동안 지루함을 억지로 참으며 기다리는데 이곳에선 스크린으로 방송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씨는 “미용실 안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했다”고 말했다.

헤어카페 더휴에서 일하는 미용사 안혜영(33)씨는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특히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들이 다른 미용실에서 머리 감는 걸 꺼리는데 이곳에선 한 자리에 앉아 이발에서 머리 감기까지 가능해 편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장애인친화미용실 헤어카페 더휴에서 이용객이 머리를 감고 있다. 헤어카페 더휴는 미용의자마다 샴푸대가 설치돼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이동의 불편함 없이 머리를 감을 수 있다. /김태호 기자

헤어카페 더휴는 장애인의 미용실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장애인은 미용실 시설 이용도 불편할뿐더러 비장애인들의 따가운 시선도 감당해야 했다. 김미진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노원지회장은 “장애인이 미용실을 이용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이유로 비장애인의 눈치를 보게 돼 불편해한다”고 했다.

상황이 여의치않다 보니 미용실을 이용하지 않고 복지관에서 이발하는 장애인도 상당수다. 그러나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미용봉사는 염색과 펌 시술을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미향 노원구 장애인친화도시팀장은 “외모를 가꾸고 싶어하는 장애인이 미용실을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이 많다”며 “그래서 장애인들이 마음 편하게 미용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노원구에서는 미용실 이용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장애인 친화 미용실 2호점을 내달라는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서울의 다른 지자체에서 노원구의 사례를 본받아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만들겠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