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불꽃축제 리버뷰 숙박 패키지 판매합니다. 가격은 200만원입니다.”

올해 가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던 전국 각지의 불꽃축제가 재개되면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불꽃축제가 예정된 지역의 숙박업소들이 숙박비를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는 기존 주말가격보다 최소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숙박비를 올려 부르고 있다. 이달에는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가 2주 연속으로 이어져 불꽃축제와 상관없는 지역의 숙박업소들까지 여름이 지났는데도 ‘성수기’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여수밤바다 불꽃축제./여수시 제공

이달 8일 여의도 불꽃축제가 3년 만에 다시 개최된다는 소식에 여의도와 마포 일대 숙박업소들은 때 아닌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한강이 보이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숙박업소들은 이미 예약이 다 찼다. 한강 인근에 위치한 한 에어비앤비 숙소는 당초 주말가격이 1박에 37만원이었지만, 행사 당일 숙박요금은 7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축제 당일 숙소를 구하거나 예약된 숙소를 양도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축제 당일 220만원 상당의 숙소를 추가금을 받고 판매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지방에서 진행되는 불꽃축제 인근 숙박업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제17회 부산불꽃축제가 다음달 5일 진행된다는 소식에 부산지역 숙소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숙박업소들 중 가장 저렴한 숙소는 1박에 30만원대 중반이다. 해당 업소들의 주말 평균가격은 대부분 10만원대였다.

이달 22일에 열리는 여수 밤바다 불꽃축제를 앞두고 여수지역 호텔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여수의 한 호텔은 불꽃축제 기간에 숙박가격을 3배가량 올렸다. 이달 15일 숙박비는 10만원대 중반이지만, 행사일(이달 22일) 숙박가격은 40만원 이상으로 책정됐다.

여수로 불꽃축제를 구경하러 갈 예정이었던 직장인 하모(33)씨는 “행사가 한 달 가까이 남아 여유롭게 숙소를 구하려 했는데, 불꽃축제 행사 인근 숙소들이 모두 가격을 올린 상태”라며 “성수기가 지났는데 숙박업소들이 1박에 40만원이 넘는 가격을 게시해놓은 것은 마치 ‘얻어걸려라’는 식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불꽃축제 숙소 판매 글.

각종 행사를 앞두고 숙박업소가 숙박비를 올려 받는 행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달 15일 방탄소년단(BTS)이 부산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공연을 열기로 하자 1박에 수백만원을 받는 숙박업소가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면서 일부 숙박업소는 그간 발생했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사실상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줄곧 성수기 요금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9월에는 추석 연휴, 10월에는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가 있어 일부 숙박업소들은 성수기 기간을 10월 중순까지로 바꿨다.

현실적으로 ‘숙박비 바가지’는 단속이 어렵다. 법적으로 숙박요금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게시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한다면 제재가 가능하지만, 자율요금표시제에 따라 애초에 가격을 높게 게시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숙박요금은 시장가격 개념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역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숙박비를 올려 받으면 지역 이미지가 손상된다. 지역 숙박업계의 자정활동과 함께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어 숙박비 바가지를 막아야 장기적으로 지역의 관광 이미지를 좋게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