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최근 개최한 한국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하는 그림이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그림은 한 고등학생이 그린 것인데,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문별로는 가장 높은 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만화영상진흥원을 향해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부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인터넷 캡처

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전날(3일) 폐막한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화가 전시됐다.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기차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고, 그 앞에 있는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그렸다. 운전석 위치에는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고, 뒤의 객차에는 검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칼을 들고 서 있다.

‘윤석열차’는 윤 대통령의 이름과 ‘열차’를 합친 표현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영국의 아동용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오는 주인공 토마스 기관차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지난 7~9월 진행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작품 수상 선정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무작위로 추천한 심사위원들이 평가했다. 시상식은 지난 1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진행됐으며, 수상작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9월30일~10월3일)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됐다. 이 작품은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이날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행사 취지에 어긋나게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전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신속히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또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화영상진흥원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체부는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지만 정부 예산 102억원이 지원되고 있다”며 “이 공모전의 대상(大賞)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정부가 행사 후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문체부는 이 행사와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후원 명칭 승인 사항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