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관계 부처, 학계 및 시민사회 등 각계 추천을 받아 분야별 대표성 및 전문성 등을 고려해 전문 기획위원회를 구성했다.”

환경부가 2018년 11월 16일 배포한 ‘4대강 조사·평가 전문·기획위원회(이하 조사평가위) 출범’ 보도자료에서 위원회 구성에 대해 설명한 문장이다. 조사평가위는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보(洑) 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조직으로,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로 구성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문가가 아닌 환경단체가 주축이 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전체 위원의 60% 가까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보 개방’이라는 결론을 이미 정해 놓은 상태에서 과학적 검증은 뒷전이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1월 19일 오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해체결정이 난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모습. '죽산보 해체반대투쟁위원회' 회원들이 해체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조선DB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년 간 활동한 조사평가위 전문위원 43명 중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추천을 받은 경우는 25명(58.1%)이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가 추천한 전문위원은 전체의 31.3%에 그쳤는데, 인선 과정에서 비중이 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1기 조사평가위에서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4대강재자연화시민의원회의 추천을 받았다. 박대수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위원장은 국토교통부와 대한환경공학과, 한국수자원학회, 한국생태학회 등 10개 단체에서 15명을 추천했다. 그런데 추천 단계에서 빠져 있던 홍 교수가 기획위원장으로 선임됐다. 홍 교수는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한국재정학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추천했었는데, 15명의 위원장 추천 인사를 제치고 기획위원장이 된 것이다. 홍 교수는 환경단체 ‘환경정의’ 집행위원이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181개 시민단체가 모여 2018년 3월 발족한 단체다. 이들은 발족 기자회견에서 “반(反)환경성, 반민주성으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은 국민 모두에게 뼈아픈 상처로 남아있는 적폐 중의 적폐”라며 “시민사회가 4대강 재자연화 컨트롤타워의 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시민사회가 응당 4대강 재자연화의 주체여야 한다”며 “민관(民官)이 함께하는 4대강재자연화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출범한 게 ‘4대강 조사·평가 전문·기획위원회’다.

2018년 3월 28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자는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발족식이 181개 시민단체명의로 열렸다./조선DB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가 추천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4대강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물환경’ 분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습지보전국장은 2014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4대강 공사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습지가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했다. ‘물환경’ 분야 전문위원으로는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도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반대 운동을 해 왔다.

‘수리수문’ 분야 전문위원으로 위촉된 신재은씨는 환경운동연합 물하천팀장으로 활동했다. 신 전 위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한강 하류 신곡보를 철거하자며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신곡보는 1980년대 준설로 낮아진 한강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해수 유입 방지 기능도 있다.

‘유역협력’ 분야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신지형 녹색법률센터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24일 4대강 사업 공익감사를 촉구하는 한국환경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당시 그는 “4대강 사업 이후 수질 개선과 16개 보에 대한 유지·관리비가 과다하게 들어간다는 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2021년 1월 19일 오전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해체결정이 난 전남 나주시 다시면 죽산보 모습./조선DB

‘유역협력’ 분야 전문위원으로는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이준경 생명그물 대표,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최낙선 영산강 재자연화 시민연대 운영위원장 등도 포함됐다. ‘사회경제’ 분야 전문위원 중 시민단체 출신으로는 김미선 환경정의 연구소 부소장,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부위원장 등이 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추천 인사가 전문위원의 과반을 차지한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전문위원회는 출범 후 4대강 보 해체를 서둘렀다. 조사평가위는 출범 10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세 차례 회의를 열었고, 2019년 2월 21일 비공개로 열린 4차 회의에서 금강과 영산강에 설치된 5개 보에 대한 최종 논의를 마쳤다. 환경부는 하루 뒤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중 3개를 철거하고 2개를 상시 개방하는 안을 발표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

박대수 의원은 “기획위원회 및 전문위원회 구성원의 과반 이상이 4대강 반대 환경단체 출신으로 구성된 것부터가 보 해체에 목적을 둔 것 아니겠나”라며 “위원회 운영 세칙을 살펴보면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회의개최가 가능하고, 출석위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환경단체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금강·영산강의 5개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이라는 문재인 정부 결정과 관련해 감사에 착수했다. 박 의원은 “조만간 발표될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책임을 관련자 전원에게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