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4일부터 전국 커피전문점 등의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환경부가 도입하는 1회용품 규제 때문인데, 스타벅스처럼 대부분의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 중 어느 쪽이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스타벅스 종이 빨대. /스타벅스 페이스북 캡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의 환경 영향이 평균 72.9%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근거는 환경부가 2019년 실시한 ‘폐기물 직매립 제로(0)화를 위한 1회용품 사용억제 로드맵 마련 연구용역’이다. 당시 LCA(Life Cycle Assessment, 환경 전과정 평가)를 실시한 결과,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72.9%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LCA는 제품의 원료 채취와 사용,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환경 영향 평가기법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를 놓고 실시한 LCA 결과는 ‘반쪽 짜리’라는 게 김 의원 측의 지적이다.

김형동 의원실이 환경부 용역으로 2019년에 실시된 LCA에서 폐기물 부문 수행 조건이 재활용·매립·소각 중 어떤 것이었는지 질문하자, 환경부는 “빨대에 대한 LCA는 ‘원료의 취득 및 제품 생산 시까지 발생하는 환경부하’에 대해 수행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폐기물 처리(재활용·소각·매립)’에 대한 부문은 수행결과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빨대를 버리면서 궁금해 할 폐기 과정은 검증하지 않은 것이다.

빨대를 폐기하는 단계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가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플라스틱을 해조류로 대체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 로리웨어(LOLIWARE)의 기후, 영향 및 정책 책임자인 카루나 라나의 미국 미시간공과대학(MTU) 석사 논문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가 모두 일반 쓰레기로 배출된다고 가정할 때 에너지 수요량과 지구 온난화 잠재력 모두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종이를 생산할 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때보다 5배 이상 많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종이 빨대는 ‘종이’라는 소재 특성상 폐지로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는 “종이 빨대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말린 후 종이류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오염 정도가 심한 경우 종량제 봉투 등 지자체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음료를 마셔 축축해지고 더러워진 종이 빨대를 일반 쓰레기가 아닌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종이 빨대 관련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내용을 한 시간 만에 번복했다./김형동 의원실 제공

환경부는 김 의원 측의 종이 빨대 폐기 관련 질문에 답변을 1시간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재활용 쓰레기로 배출되는 종이 빨대 현황 및 일반 쓰레기로 배출되는 종이 빨대 현황’을 묻는 김형동 의원실 질문에 지난 28일 오후 10시쯤 “종이 빨대는 대부분 종량제 봉투로 배출되어 재활용량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나, 별도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1시간쯤 뒤인 같은 날 오후 11시쯤, 환경부는 다시 답변을 보내와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종이 빨대는 지자체 처리 여건에 따라 소각 또는 매립 처리된다”면서 “재활용 폐기물로 배출되는 종이 빨대는 고물상, 폐지 압축상 등에서 제작되는 압축 폐지에 섞여 제지사 등으로 판매돼 재활용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1시간 만에 뒤집은 것도 이례적인데, 그마저도 나라 정책을 ‘고물상이 처리할 것’이라는 황당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종이 빨대가 상온에서 생분해가 가능한지’를 묻는 김 의원 측 질문에는 “종이 빨대가 생분해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박테리안 균류에 의해 자연적으로 종이 빨대가 무기물로 분해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친환경적인지 확실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대형 커피전문점 뿐만 아니라 ‘동네 카페’도 11월 24일부터는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없다. 이는 소상공인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 플라스틱 빨대는 1개에 10~15원인 반면, 종이 빨대는 35~45원으로 3배쯤 비싸다. 쌀을 원료로 만든 빨대는 55~70원, 옥수수 원료 빨대는 55~65원, 대나무 빨대는 100~200원, 갈대·풀 빨대는 160~195원이다.

김 의원은 환경부의 플라스틱 빨대 규제에 대해 “2년 넘는 준비기간 동안 배출과정 환경영향은 물론, 실제 재활용이 원활히 될지 전혀 검증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식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척 홍보하는 것)의 전형”이라며 “분리 배출되지 않는 종이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와 똑같은 1회용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