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집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생전 처음보는 사람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스스로 누르고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 여성을 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5일 20대 여성 A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피해자 B씨의 주거지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침입한 혐의를 받는다.

일러스트=이은현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7월 23일 토요일 자정이 넘어갈 때쯤. B씨 부부가 취침하려 방에 누워있을 때 밖에서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첫 번째는 실패했지만, 두 번째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놀란 B씨 부부가 거실에 나와보니 만취한 A씨가 경비원을 대동해 집안에 들어온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즉시 이를 저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당시 A씨와 함께 있던 경비원은 만취한 여성이 집 호수를 대서 안내했고,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려 당연히 이 여성의 집인 줄 알고 가족들에 여성을 인계하러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초지종을 묻자 A씨는 “자신이 숙박 사이트에서 예약을 하고 이 집에 왔다”며 횡설수설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에어비엔비나 어떤 숙박 사이트에서도 숙박 관련 예약을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 거주지는 경기도 수원이고, 당일 술자리를 가진 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인데 직접 택시를 타고 B씨가 사는 마포구 아파트로 온 것이다. B씨도 이 집을 주거 목적 외 어떤 목적으로도 타인이나 단체, 회사 등에 공유한 적이 없고, 숙박 사이트에도 내놓은 적이 없다.

미스터리한 점은 이 같은 우연의 일치가 몇 번이나 겹쳐졌다는 사실이다. A씨는 아무런 일면식도, 연고도, 정보도 없는 B씨의 집으로 찾아왔고, 직접 비밀번호를 눌러 집 문을 열었다. B씨에 따르면 집 비밀번호는 ‘1234′ 같은 단순한 숫자의 조합이 아니라 복잡하게 설정해놨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B씨 측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말이 되지 않는다며 조직적인 범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만취해 자세한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취한 상태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그냥 눌렀는데, 두번째로 누른 것이 아마 내 생일과 비슷한 번호여서 문이 열린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 맞기 때문에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면서 “아예 서로 모르는 사이에 비밀번호를 알고 문을 열었다는 것이 우연의 일치로만은 설명하기 힘들지만 비밀번호가 피의자 생일과 비슷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며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B씨는 “주말 늦은 밤에 아파트 호수와 비밀번호까지 알고 와서 문을 열고 직접 집에 들어왔는데, 만약 집에 없었더라면 어떤 피해로 이어졌을지 무섭다. 경찰이 당일 약물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여성과 범죄 조직 등과의 연관성도 캐보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해 불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