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배달전문 베트남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강태선(33)씨는 최근 배달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1500원으로 낮출까 고민 중이다. 주위에 새로 개업하는 가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오픈 이벤트로 ‘무료배달’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종료 이후 배달 주문은 급감했는데 경쟁자만 늘어나니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출혈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강씨는 “배달대행료가 1km만 넘어도 4000원인데 무료배달을 한다는 것은 가족이나 본인이 나서 직접배달을 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무조건 손님부터 뺏어오겠다는 심산”이라면서 “이런 막무가내 경쟁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감도 안 온다”고 말했다.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뉴스1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던 배달 플랫폼이 올해 들어 사용자 감소로 주춤하고 있다. 배달전문점들은 무료배달을 내세워 배달료를 받지 않거나 배달료 대부분을 부담하는 등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다. 배달 주문이 급감하자 배달 라이더들도 오토바이를 팔고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26일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기준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 사용자 수(MAU)는 각각 1999만명, 746만명, 438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배민이 75만명이 줄었고 요기요는 159만명이 빠져나갔다. 쿠팡이츠에선 264만명의 사용자가 감소했다. 특히 요기요와 쿠팡이츠는 올해 6개월 연속 사용자가 감소했다. 배달앱 이용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올 들어 거리두기가 종료되며 외식 수요가 대폭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아울러 최근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점도 작용했다.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홀 매출로 대체가 어렵다보니 배달료를 받지 않거나 최소한만 받는 등 출혈 경쟁에 나섰다. 배달앱 사용자들이 배달료가 비싸면 주문 자체를 꺼리거나 아예 배달료를 기준으로 주문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손님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배달료를 낮춰야 하는 것이다. 배달료를 메뉴 가격에 전가하는 식으로 꼼수를 쓰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피자집을 운영하는 성모(40)씨는 “주위에 영업하는 파스타, 피자 배달점 사장님들이 전부 배달료를 안받거나 최소한만 받겠다고하니 도리가 없다. 내가 손님이어도 배달료를 안 받는 곳에 주문을 할텐데 어떻게 배달료를 고스란히 4000원, 5000원씩 받겠는가”라면서 “결국 이런 경쟁이 시작되면, 다신 서비스에 대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헐값에 장사를 해야 할 텐데 일부로 인해 대다수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들의 수입도 급감했다. 배달 비수기 계절인 봄을 견뎠지만 성수기인 여름과 장마에도 이전만큼의 매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배달 콜(주문)이 죽었다는 ‘콜사(Call+死)’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 3월과 비교해 배달 기사가 최소 10만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대리운전 등 업계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배달용 오토바이 매물이 수천건에 달할 정도로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