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배달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경윤(39)씨는 최근 상추와 깻잎으로 구성된 쌈채소 대신 쌈무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달들어 채소 가격이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이대로라면 도저히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요즘 상추랑 깻잎이 금값인데다 상태도 좋지 않다”면서 “쌈무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른 무더위와 장마로 채소 가격마저 폭등하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추나 깻잎 등 채소류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일부 식당들은 궁여지책으로 무료로 제공하던 쌈채소 제공을 중단하고 추가로 돈을 받거나 아예 상추와 깻잎을 쌈무나 알배추 등 다른 채소로 대체하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상추(적상추) 가격은 4㎏에 5만7960원을 기록하며 6만원에 근접했다. 상추 가격은 한 달 전만 해도 2만1140원이었다. 1년 전의 3만2168원과 비교해도 여전히 약 1.8배 높은 수준이다.

이른 무더위와 장마의 영향으로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의 한 채소 가게에 깻잎 등 채소들이 진열돼 있다./뉴스1

깻잎 가격도 2㎏당 2만7180원으로 1년 전의 1만7864원과 비교해 약 1.5배로 올랐다. 오이 가격은 10㎏당 4만8300원으로 5만원에 근접했다. 1년 전 2만1800원과 비교하면 약 2.4배 높은 수준이다. 대파 가격은 같은 날 기준 1㎏당 2068원으로 1년 전의 1130원과 비교해 약 1.8배 비싸졌다.

채소 가격이 오른 건 무더위와 장마에 따른 작황 부진 때문이다. 상추의 적정 생육온도는 섭씨 15∼20도지만 지난달부터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예년보다 상승했다. 깻잎은 최근 장마로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생육이 지연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성 병해나 국지성 폭우 등도 문제다.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용이 오른 점도 작용했다.

대표적인 쌈채소인 상추나 깻잎의 가격이 천정부지이다보니 고깃집이나 횟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두 손을 들었다. 무한리필 샤브샤브 등 채소를 많이 쓰는 가게는 사정이 더 어렵다. 일부 식당은 궁여지책으로 쌈채소 무료 공급을 중단하거나, 가격이 더 비싼 상추를 구성에서 빼버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예 반찬 갯수를 줄이거나 차라리 쌈무 등의 가공식품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배달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39)씨는 최근 기본 쌈채소 양을 줄이고, 추가 메뉴로 2000원을 받기로 했다. 상추나 깻잎 모두 가격이 너무 올라 더 이상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쌈야채는 공짜란 생각이 강하니 요청사항에 서비스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야채 가격을 받고 차라리 음료수 한 캔을 주는 것이 속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진수(37)씨는 “체감상으로는 야채에만 들어가는 돈이 두 배는 오른 거 같다”면서 “사람들 인식이 상추는 고깃집에서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하는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추가 너무 비싸져서 얼마나 줘야 할지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모(58)씨는 “회 종류 시키면 오이랑 상추, 깻잎 같은 채소 나가는데 기본으로 나가던 것이니 이걸 줄이기가 힘들다”면서 “전체적으로 물가가 올랐는데 야채도 다 올랐으니 아예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 된다. 지금이 코로나19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