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라’는 말은 누구나 다 한다. 그럼 회복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단약이 재활의 끝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마약 중독자들의 회복 이후의 삶에 관심이 없다.”

지난 5일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종업원이 손님이 건넨 술을 마시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한국 내 마약 실태에 대해 다시금 경종을 울렸다. 해당 종업원뿐 아니라 동석한 손님 역시 당일 인근 공원에 자신의 차를 주차하고 숨졌다. 차에서는 마약류로 의심되는 흰색 가루가 다량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두 사람 모두 마약으로 인해 숨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태국 등 주변 나라들에서 마약이 합법화되며 국내에 더 많은 마약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태국은 일반 가정에서 대마 재배를 합법화했다. 실제로 대전지검은 지난 5일 대구지검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가 경찰의 불법체포를 이유로 석방한 국내 마약판매 조직 총책 태국인 A(27)씨를 마약 소지 혐의로 다시 구속했다. 서울경찰청은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마약류 사범 특별단속을 진행한다.

이러한 국내 마약 실태 해결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박영덕(59)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지도실장은 25년 동안 마약 중독자로 살았다. 지금은 20년째 중독 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박 실장을 14일 서울 영등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에서 만나 한국의 마약 중독 실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실장이 14일 오후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윤예원 기자

◇강남유흥업소 사건은 늘 있었던 일… 단속만큼 중요한 마약 중독자 재활

박 실장은 자신이 마약에 손을 댔던 과거보다 현재 한국의 마약 유통 구조가 더 치밀하면서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강남에서 벌어진 유흥업소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늘 벌어졌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두 사람 모두 필로폰 중독으로 추정된다. 강남이 살기 좋은 부자 동네라고들 하지만, 유흥가 마약 사건들은 오래전부터 일상이었다. 언론에서 크게 다뤄주며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단속을 강화한다고 마약 공급을 완전히 뿌리 뽑기는 어렵다. 미국 역시 오랜 기간 마약 문제에 고심해왔지만, 해결된 게 없다. 단속은 단속대로 하면서 마약을 찾는 사람이 줄도록 중독자 재활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은 행정 업무를 하는 곳이 아니다… 마약 중독자들을 사람으로 봐줘야

박 실장은 마약 중독자들에 대해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회복하고 싶어 본부를 찾아와도 입을 떼기 쉽지 않다. 박 실장은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회복에 임할 수 있게 돕는다.

박 실장은 “무슨 약을 했냐고 묻는 것보다는 ‘잠은 잘 자니’라고 물어보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불면증에 정신과 약을 과다 복용했다는 점을 고백하는 것 자체가 회복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1, 2년 약을 끊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약을 찾을 수 있다. 혼자 설 힘이 생기기 전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실장은 정부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실장은 정부는 늘 숫자, 통계 등 숫자로 나오는 성과만 중요하게 생각할 뿐, 중독자들 재활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현장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그러나 부처 관계자들은 중독자 모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본부는 현재 식약처 유관기관으로 정부 예산을 받고 있다.

박 실장은 중독자들이 가장 귀를 기울이는 건 같은 중독자의 말이라고 설명했다. 박 실장 본인의 마약 경험을 고백하며 대중 앞에 나서는 이유다. 박 실장은 본부를 찾아오는 중독자들을 ‘후배’라고 부르며 자신과 같은 중독재활 치료사로 키우고 있다. 실제로 본부에서 3, 4년가량 재활에 임한 회복자들은 본부에 찾아오는 다른 중독자들을 상담해주거나 병원, 교도소에서 강의하고 있다.

박 실장은 “다시 약에 손을 대지 않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 정부는 본부에 중독자 몇 명이 찾아오는지, 어떤 약을 몇 명이 했는지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중독 이후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