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모(40)씨는 최근 제주도에 일주일 간 휴가를 다녀오면서 차량 렌트 대신 자차 탁송을 선택했다. 일주일 렌터카 비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긴 반면, 자차 탁송은 가족의 뱃값까지 더해 60만원 안팎으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제주도 렌터카 비용이 이렇게 비쌌던 적이 없다”면서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자차로 다녀오는 게 훨씬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와 처음으로 탁송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도 렌터카 값이 폭등하면서 여행객들 사이에서 자차를 직접 제주도로 보내는 선박 탁송이 유행하고 있다. 단기 체류할 경우 렌터카가 더 저렴하지만, 체류 기간이 일주일만 되더라도 자차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차량을 실은 탁송업체 카캐리어가 도로 운행을 하고 있다. 제주도행 선박으로 자차 탁송을 하기 위한 것이다./제주탁송연합 홈페이지 캡처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7월 말~8월 초 성수기 기준 제주 중형차 렌터카 비용은 평균 1박당 17만~23만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10만원에도 대여가 가능했던 것이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제주 A렌터카 업체의 경우 XM3 기준 6박 7일 대여 요금이 130만원에 달한다. 예년보다 30~50%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반면 이 기간 서울에서 제주까지 중형차 선박 탁송 비용은 제주항 기준 65만원선으로, 같은 기간을 제주도에서 체류할 계획이라면 탁송이 렌터카 요금보다 더 저렴하다. 탁송 비용은 제주와 가까운 남부 지방일수록 더 저렴해진다. 이동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신의 차로 여행을 하는 것이어서 사고가 나더라도 평소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도 렌터카 비용이 폭등한 것은 제주 관광객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렌터카 총량제’로 공급은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에만 1200만명이 제주를 찾았고, 올해도 이미 500만명이 방문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500만명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관광 수요가 상당히 회복된 셈이다.

그러나 렌터카는 총량제에 따른 감차로 줄었다. 렌터카 총량제는 2018년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가 제주 지역 교통체증과 도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2021년 제주 렌터카 등록 현황은 2만9800대로, 2019년 3만303대와 비교해 500여대가 적다.

당초 제주 렌터카 가격이 합리적이었던 것은 비수기 할인 등의 제도 덕분이었지만, 관광객이 늘면서 이 같은 할인 정책도 대폭 감소했다. 과거 업체들은 비수기에는 대여료를 최소 30%에서 많게는 90%까지 할인해주는 정책을 펼쳤지만, 최근에는 할인을 거의 하지 않거나 할인율을 크게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는 코로나 때도 해외여행 대체 수요 관광객들이 찾아 비수기가 없는 곳이 됐다. 한겨울을 빼면 항시 성수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중장기 제주 여행객들에게는 렌트보다는 선박 탁송 요금이 고정된 탁송을 이용하는 것이 대세다. 단기간 여행은 렌터카가 더 저렴하지만, 체류 기간이 조금만 늘어나도 탁송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선박 운송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여행 출발일보다 하루 이틀 미리 차를 보내기만 하면, 집까지 직접 기사가 찾아온다. 차를 직접 운송해주는 탁송 서비스가 가격은 물론 안전 측면에서도 훨씬 낫고, 더 편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제주 한 달 살이’를 체험한 직장인 채모(29)씨는 “이직을 준비하면서 제주 한 달 살이를 했는데, 장기 렌트로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자차 탁송을 선택했다”면서 “중장기 체류자들한테는 이미 탁송이 대세”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주 내 대중교통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뚜벅이’ 관광객들은 대체 수단도 없이 고스란히 오른 렌터카 요금을 감당하거나 택시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의 버스 수송 분담률은 14.7%에 그치는 상황이다. 배차 간격과 노선 등의 이유로 관광에 이용하기가 어렵고, 도민 이용률도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