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김모(34)씨는 최근 자신의 웹소설을 구매하는 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입이 줄어들 걱정까지 하고 있다. 김씨의 웹소설은 네이버·리디북스·카카오 같은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데 구글이 최근 인앱결제를 강제화하면서 30%의 수수료가 붙었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많이 붙는 만큼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의 수입도 줄 수밖에 없다. 김씨는 “정말 해도 너무한다. 창작자들에 대한 횡포”라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화하면서 웹툰이나 웹소설 유통 플랫폼에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자 창작자들의 수익이 줄고 소비자들의 구매 비용도 오르고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이미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들은 콘텐츠 구매 가격 인상에 나섰다. 웹툰이나 웹소설 작가들은 플랫폼과 구글에 수수료를 중복해서 지불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 사무실 앞 회사 로고./연합뉴스

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구글은 모바일콘텐츠 등의 거래를 중개하면서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앱 개발사들에게 인앱결제시 최대 30%(연간 매출 12억원까지는 15%의 수수료를, 1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30% 수수료)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게 하고 있다. 당초 게임에만 해당됐으나 지난 4월 1일부터는 인앱결제를 따르지 않는 앱의 업데이트를 불가능하게 했고, 이달 들어서는 아예 앱을 삭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국내 주요 웹툰과 웹소설,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은 앱 안에서 콘텐츠 구매 가격을 15~20%씩 인상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웹툰 결제수단인 ‘쿠키’ 가격을 개당 100원에서 120원으로 인상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리디도 결제수단 ‘캐시’를 앱에서 구입하면 이달 1일부터 1000캐시당 1200원을 내야한다. 웨이브와 티빙 등 OTT도 이미 안드로이드 앱에서 결제하는 구독 요금제 가격을 인상했다.

웹툰·웹소설 작가들은 수익 구조가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수준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미 플랫폼 업체와 출판사 등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구글 수수료까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창작자들은 플랫폼과 출판사 등에 3~50% 수수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구글이 최초 결제금액의 30% 수수료를 지불하면 이후 남은 수익으로 플랫폼 업체와 출판사 등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콘텐츠 구매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도 결국 창작자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최초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면, 출판사와 플랫폼 수수료율을 30%로 가정할 시 저자의 수익은 결제 금액 대비 49%에서 34%로 낮아진다.

예를 들면, 작가가 웹툰이나 웹소설을 판매해 100만원의 매출을 올렸을 때 구글은 인앱결제 수수료로 30만원을 가져가고, 차례로 네이버와 출판사가 수수료를 가져가 작가 수중에 남는 돈은 많아야 34만에 불과한 셈이다. 웹소설은 출판사 등만 존재해 비교적 수익구조가 단순하나 웹툰은 원작사와 글작가, 그림작가 등이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라 더 열악하고 복잡하다.

웹툰 작가 이모(38)씨는 “기존에 내던 플랫폼 수수료 자체도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었는데 여기에 구글 수수료까지 내야한다니 기가 찬다”면서 “실제 고민과 시간을 들여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창작자들인데 결제 수수료를 30%씩이나 가져가는 것이 말이되나. 내 작품으로 번 돈을 구글이나 플랫폼 업체가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와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에 대응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하지 않고 콘텐츠를 웹 브라우저를 통해 구매하도록 추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앱 내 결제가 아닌 크롬 등의 웹 브라우저를 경유해 콘텐츠를 결제할 경우 수수료 정책이 적용되지 않아 기존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인앱결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