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신세계 스타필드에서 아들에게 줄 티셔츠를 구입한 배현석(46)씨는 집에 돌아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단순히 공룡만 그려져 있는 티셔츠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공룡 뒤로 욱일기 형상이 그려져 있던 것이다. 심지어 티셔츠에 햇빛이 비치자 빛의 굴절에 따라 욱일기 형상이 더 또렷하게 보였다.

배씨는 “아이가 공룡을 좋아해 티셔츠를 구입했는데, 자세히 보니 욱일기 비슷한 모양이 있어 당황했다”며 “뒤늦게 확인해 태그에 아이 이름을 적어 반품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품이 나오지 못하도록 해당 브랜드에 인지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배현석(46)씨가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에서 구입한 '갭 키즈' 티셔츠./독자 제공

미국 패션 브랜드 ‘갭(GAP)’에서 판매하는 아동복 가운데 욱일기 형상의 티셔츠가 발견됐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사용한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해 전범기로 분류되는 깃발이다. 매년 욱일기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특히 해당 제품은 모양이 교묘하게 들어가 있다는 비판이 소비자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송모(40)씨도 최근 인터넷으로 아이에게 입힐 티셔츠를 고르다 해당 상품을 발견했다. 송씨는 “인터넷상으로도 구별이 가능한 욱일기 형상 티셔츠를 보고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며 “전범기 형상이 들어간 옷을 아이에게 입힐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는 불매를 해서라도 인지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제품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난 1일 해당 제품에 대해 설명한 ‘욱일기 디자인 갭키즈와 신세계 입장’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해당 제품에 대해 ‘일본이 원했던 그림이다’ ‘어렸을 때부터 전범기에 익숙해지라는 전략인가’라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갭’을 수입·판매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물 확인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물 확인 없이 미국 갭에서 보내준 디자인 시안만 보고 수입을 결정했다”면서 “당시 시안은 공룡만 확인할 수 있는 시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불만 제기가 있어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판매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욱일기 상품과 관련된 논란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쿠팡 등에서 ‘히노마루’ ‘rising sun flag’로 검색할 경우 욱일기 관련 상품들이 노출돼 소비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네이버쇼핑에서는 지난해 7월 ‘군사패치 플래그’나 ‘일본 와펜’ 등의 키워드로 욱일기 자체를 구입할 수 있어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는 해당 제품에 그려진 문양이 정확한 욱일기 문양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전범기 문양을 전면 금지하는 독일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이 욱일기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욱일기 논란’에 대응하지 않으면 독도·위안부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욱일기는 태양 주변으로 16개의 빗살무늬 햇살이 뻗어나가는 모양이어야 한다”면서 “독일의 경우 ‘하켄크로이츠(독일 전범기)’와 비슷한 문양만 있어도 제품 판매와 수입이 일절 금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