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학교폭력이 정상 등교가 시작되면서 다시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중 비대면 수업으로 등교 일수가 줄어든 사이 사이버 학교폭력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다양해지는 학교폭력 유형에 맞춘 실질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러스트=손민균

18일 경찰에 따르면 학교폭력 검거 인원은 2018년 1만3367명에서 2019년 1만2584명에서 2020년 1만1331명으로 감소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만1954명으로 전년대비 5.5% 증가하며 감소세가 무너졌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폭력 유형 가운데 특히 사이버 학교폭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이버 학교폭력이란, 기존에 알려진 폭행, 성범죄 등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메신저를 이용한 언어폭력, 사진에 얼굴을 합성하는 ‘지인 능욕’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폭력을 의미한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비중은 2019년 8.6%였지만, 지난해에는 9.8%로 2년 사이 1.2%p 늘었다. 경찰뿐 아니라 청소년보호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사이버폭력은 증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 사이버폭력비율은 2019년 5.3%에서 2020년 16.3%로 약 3배 증가했다. 푸른나무재단은 올해도 사이버 학교폭력 건수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이버 학교폭력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비대면 수업을 받으며 선생님의 보호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사이버폭력의 경우 익명성이 강하며 학교가 개별적인 감시 및 관리가 어려워 초기에 잡아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본부장은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사이버 학교폭력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은 법적으로는 학교 내외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규정돼있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은 학교를 초월하며 실제 아이들은 SNS를 통해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형태로 교류하고 있다. 아이들이 신고하지 않으면 선생님이 먼저 잡아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존과는 다른 유형의 사이버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분은 과거 교내 학교폭력 위주 처벌에 머물러있다. 현재 학교폭력에 대한 교내 조치사항은 ▲제1호 서면사과 ▲제2호 접촉금지 ▲제3호 교내봉사 ▲제4호 사회봉사 ▲제5호 특별교육 ▲제6호 출석정지 ▲제7호 학급교체 ▲제8호 전학 ▲제9호 퇴학으로 총 아홉 가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조치들은 사이버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교내 조치를 넘어서 소송까지 가더라도 법정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2개월간 반 단체 채팅방에서 10명 정도의 가해 학생들이 동급생에 대해 언어폭력을 가한 사례에 대해 검사가 기소유예 조치를 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의 외모를 비하하고 욕설을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 증거 제출을 위해 메신저 내용을 출력하니 A4용지 텍스트 파일로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나왔지만, 사건은 기소 유예로 마무리됐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사이버상에서의 폭력에 대해 어른들이 여전히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도 사이버폭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이버폭력에 특화된 특별교육과 더불어 사이버폭력의 익명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 수사기관 조사와 학교폭력 조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