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대학가에서도 축제가 한창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회비를 낸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겠다고 공지하면서 학생들이 이를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논란이 된 건 서울시립대다. 시립대 총학생회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봄 축제 ‘2022 서울시립대 대동제 Zero-100′를 준비하면서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들만 입장할 수 있는 ‘시립존’이라는 구역을 따로 설정해 학생들에게 안내했다. 총학생회가 설정한 시립존에서는 연예인과 동아리 공연 관람 등이 가능하다. 시립존에 입장하기 위해선 총학생회로부터 학생회비 납부를 증명받아 ‘띠지’라는 비표를 배부받아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3년 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축제에서 학생회비 납부 여부로 차별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시립존을 두고 “애초에 축제 티켓을 팔지” “학생회비 안 내면 축제도 못 보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가 17일 올린 '시립존' 관련 입장문.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논란이 커진 건 지난해 시립대 총학생회에서 학생회비 횡령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총학생회장이 학생회비 650여만원을 횡령해 서울북부지검에서 약식기소된 바 있다. 이를 놓고 학생들은 학생회비가 제대로 쓰이는지도 모르는데 회비 납부를 안 했다고 축제 출입을 막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시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총학생회에서 횡령 사건이 일어나면서 학생회비를 내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원래도 학생회비를 내지 않는 추세인데 매번 횡령이 터지니 내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축제로 학생회비를 강제하는 것보다는 철저한 관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결국 시립대 총학생회는 축제 하루 전날인 17일 공지를 통해 시립존 입장 대상을 ‘학생회비 납부 학생’에서 ‘서울시립대 재·휴학생’으로 변경했다. 총학생회 측은 입장문을 통해 “행사에서 학생회비가 매우 중요함에도 학생회비 납부자가 매우 적고,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우에게 아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시행했다”며 “하지만 ‘시립존’ 공지가 늦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학생회비로 인한 잡음은 최근 대학가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명지대에선 지난달 20일 한 학과 학생회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신입생 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해당 학생회는 중간고사 기간에 열리는 간식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공지하는 과정에서 신입생의 실명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학생 사이에선 “인민 재판이다” “공개처형 아니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시립대와 명지대에서 벌어진 일은 해프닝에 가깝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사건이 벌어지는 건 대학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과 무관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총학생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학생회비 자체를 납부하지 않는 학생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총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모(25)씨는 “총학생회비 대부분 축제에 많이 들어가지만, 결국 부족해서 80% 정도는 학교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대학들이 전반적으로 학생회비가 줄고 있기 때문에 학생회비를 납부하도록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