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에 방치된 반려동물들이 구조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위가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고 동물보호법 또한 강화됐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애니멀호더를 사전에 막는 ‘입양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유기동물 안내 앱 '포인핸드'에 서울 도봉구청에 맡겨진 유기묘 15마리에 대한 입양 공고가 올라왔다./포인핸드 캡처

지난 4월 26일 유기동물 입양 안내 앱 ‘포인핸드’에는 서울 도봉구에서 구조돼 도봉구청이 보호 중이라는 고양이 입양 공고가 한꺼번에 15건이나 올라왔다. 앱 이용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여러 마리가 구조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애니멀호더’의 소행을 의심했다.

애니멀호더란 애니멀(animal, 동물)과 호더(hoarder, 수집가)를 합한 단어로, 경제적 능력을 넘어서 지나치게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이 책임지지 못한 반려동물들은 사육 공간에 방치되며, 구조된다고 해도 입양자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 위기에 처한다.

도봉구청에 따르면 한 사육자가 10평 지하방에서 40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다 열악한 여건을 견디지 못해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보호법 14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적절한 사육·관리를 하지 않는 보호자로부터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방에서는 고양이들이 서로 싸우고 새끼를 잡아먹는 등 사육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주인은 처음에 고양이 3마리를 키웠지만, 서로 번식하며 결과적으로 36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도봉구청은 개체 수를 줄이고자 동물보호 단체에 고양이 28마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 과정에서 고양이 4마리가 더 태어나 40마리가 됐고, 3마리가 죽어 결과적으로 37마리의 고양이가 남았다.

도봉구청이 보호센터로 보낸 15마리는 모두 입양됐으며 5마리는 동물보호단체에 맡겨졌다. 현재 도봉구청은 남아있는 17마리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고 입양 공고를 낼 계획이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고양이들을 모두 꼼꼼하게 검진했고,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 주인이 분양이나 학대를 위해 키우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인이 입양 후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심리치료 등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니멀호더’를 명백한 동물학대로 본다. 지난 4월 25일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이 공포되면서 내년부터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을 제공하지 않거나 먹이를 주지 않는 등 관리 의무를 위반, 죽음에 이르게 하면 동물학대 행위가 된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준이 지나치게 낮고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권유림 법무법인 율담 변호사는 “단순히 개체 수가 많다고 동물보호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감당할 수 있는 개체 수를 초과해서 키운다는 증거가 동물들의 건강 상태 등 객관적으로 확인이 되고, 키우는 방식이 사육 규정에 어긋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 기준으로는 법적 책임을 빠져나갈 범위가 넓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애니멀호더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능력이 부족해 사육을 포기한 이후에도 언제든지 다시 동물을 수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이들의 재입양을 막는 규제와 함께 심리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재언 동물보호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애니멀호더들은 상황이 해소돼도 입양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처음부터 막으려면 아예 입양의 기준을 높이거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정 개체 수 이상은 키우지 못하게 하는 등 제한을 둬야 한다. 이들의 재입양을 막는 심리치료 등 사회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