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를 보기 위해 서울 구로구 CGV 구로를 방문한 명모(29)씨는 상영관 내에서 먹을 팝콘과 음료를 주문했다. 하지만 주문 대기가 몰려 주문 후 30분이 지나서야 팝콘과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명씨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막상 오래 기다리다 보니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면서 “영화가 더 이상 값싼 여가생활이 아닌데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영화관에도 좌석 간 거리두기 해제와 상영관 내 취식 허용 등의 영향으로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영화관 업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며 영화표 가격을 인상해왔다. 하지만 갑자기 늘어난 관객수에 비해 인력·물품 등의 서비스 품질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된 지난달 25일 영화관 직원이 팝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영화관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관객 감소와 상영관 내 취식 불가 등 매출 타격이 심하다는 이유로 영화 티켓 가격을 2020년과 지난해 매년 1000원씩 올렸다. CJ CGV의 경우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 25일 영화 티켓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서울 내 영화관 티켓 가격은 주말·성인 1인 기준 CJ CGV 1만5000원, 롯데시네마 1만4000원, 메가박스 1만4000원 등이다. 2명이 함께 영화를 한 번 보려면 최소 3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극장가는 방역수칙 완화와 더불어 지난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 개봉을 앞둔 기대작 ‘범죄도시2′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2~8일 전체 관객 수는 421만715명으로, 전주(96만8938명)보다 335% 폭증했다. 가격 인상까지 감안하면 영화관 업계 실적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원성이 자자하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방문한 오모(31)씨는 영화관에서 팝콘이나 콜라 등을 먹으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오씨는 “팝콘과 오징어를 주문했더니 나오기까지 45분 정도가 걸린다고 안내를 받았다”면서 “영화관 음식이 싼 편도 아닌데, 한 시간 가까이 걸리면 누가 먹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관의 방역수칙이 완화됐지만 서비스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영화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관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인력 충원은 더디기 때문이다. 음식이나 컵 등의 물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부족할 때마다 재고가 남는 지점에 연락해 빌려오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대형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27)씨는 “평일엔 한 타임에 아르바이트 5명, 직원 1~2명 정도가 일하고, 주말엔 한 타임에 아르바이트 8명, 직원 3명 정도가 일한다”며 “최근 영화관 내 키오스크 서버가 다운돼 마비된 적이 있는데, 그날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점은 고객들이 주문해도 물품이 부족해 다른 지점에서 빌려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영화관 업계는 근무 인력을 보충하고 교육 등을 실시해 서비스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정직원의 경우 코로나 전후로 대비했을 때 인력이 30% 정도 빠지긴 했지만, 본사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지속적으로 충원해 공백이 없도록 운영하려 노력했다”며 “지난달 25일 매점 운영이 재개됐는데, 대학교 중간고사가 겹치며 아르바이트생이 덜 뽑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 충원과 동시에 교육을 진행해 직원들의 숙련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