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카메라전문점에 필름 카메라가 진열돼 있다./정현진 기자

대학생 최모(24)씨는 최근 강원도 평창으로 친구들과 캠핑 여행을 떠나면서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구매했다. 쉽게 여러 장을 찍을 수 있는 휴대폰 사진보다 직접 사진을 인화해 간직하는 게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어렸을 때 사진을 제외하면 인화해 보관하고 있는 사진이 없는데, 막상 휴대폰 사진은 잘 안 보게 된다”면서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기엔 필름카메라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카메라, 휴대폰카메라에 밀려 ‘구식’으로 여겨졌던 필름카메라가 2030 청년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사진을 인화해 간직하는 ‘아날로그 감성’에 열광하는 것이다. 필름을 현상하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폐업 위기에 놓였던 동네 사진관들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8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필름카메라 매출은 2017년 대비 158% 상승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필름카메라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토이카메라, 즉석 카메라의 일종인 로모카메라의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은 무려 903%에 달한다. 이 같은 인기에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필름카메라 관련 문의가 활발하다.

필름카메라는 사진 촬영 과정이 까다롭고 필름 구매비, 현상비 등 비용 부담이 크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2030 세대에서 ‘레트로(복고) 열풍’이 불면서 필름카메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대학가 사진 동아리에서도 필름 사진 관련 모임이 활발하다. 서울대 사진 동아리 ‘녹영’, 이화여대 필름사진 학회 ‘이미지스트’ 등에서는 필름 사진과 현상 관련 모임을 두고 있다. 대학생 임모(25)씨는 “어느 순간 DSLR의 성능 경쟁이 무의미해지면서 필름 사진의 매력에 빠졌다”면서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작업이 멋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5년째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는 회사원 복모(29)씨는 “필름카메라 대부분이 단종된 제품들이다 보니 카메라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 카메라를 찾는 과정에서부터 애착이 생긴다”면서 “카메라, 필름 구매부터 시작해 출사를 나가고 직접 사진관을 방문해 현상을 맡기는 과정에서 설렘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필름카메라를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대학원생 신주연(27)씨도 “필름카메라는 결과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면서 “친구나 가족들을 찍어주고 사진을 인화해 ‘깜짝 선물’로 주는 게 취미”라고 했다.

필름사진을 현상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한적했던 동네 사진관도 덩달아 바빠졌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디지털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윤전(37)씨는 “약 5년 전부터 필름사진 현상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로 사진 현상을 맡기는 손님들이 꾸준히 있다”며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손님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벚꽃필 때, 여름철 휴가 시즌, 크리스마스, 졸업식 등 이벤트가 몰려있는 겨울에는 일주일에 사진 현상 의뢰가 20건 넘게 있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45년째 카메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용정(72)씨는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필름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3~4년 전부터 속칭 ‘똑딱이’라고 불리는 소형 필름카메라나 완전 수동 필름카메라를 찾는 젊은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메라 구매 문의 뿐만 아니라 필름을 찾는 사람도 많아져 필름 매출도 이전에 비하면 두 배는 된다”면서 “집 정리를 하다가 수십 년 전 현상한 필름이나 필름카메라를 발견해 가지고 오는 젊은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필름사진만을 촬영하는 동네 사진관도 생겨났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필름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스튜디오 ‘사진관 오아시스’를 운영하는 강석균(38)씨는 “작년 12월 개업한 이후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며 “개인 사진 촬영 뿐 아니라 커플·가족 사진을 찍고 싶다는 고객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름사진 전문 스튜디오를 하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