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이라 아이는 동반 출입이 안 돼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최영지(39)씨는 얼마 전 일곱 살 남자아이와 카페에 갔다가 주문도 전에 다시 문을 나서야 했다. 카페 직원이 ‘NO KIDS’라고 적힌 안내문을 가리키며 나가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최씨는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손을 잡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카페를 나왔다고 한다.

최씨는 “카페 직원이 ‘NO KIDS’라고 적힌 쪽지를 가리키면서 나가달라고 했을 때 매우 당황했다”며 “아이가 7살이라,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큰 편인데도 카페에서 쫓아내 부모로서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도 실망이 컸는지 쫓겨나면서 많이 칭얼거렸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 ‘NO KIDS’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이유정 기자

최근 영·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이들을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업소인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노키즈존은 젊은 연령층이 많이 방문하는 곳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젊은 연령대가 많이 찾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우 노키즈존 매장만 18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몇몇 이들은 노키즈존을 명시하지 않아 마음 놓고 아이를 데리고 음식점에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거주하는 추혜림(38)씨는 얼마 전 마포구 동교동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 위해 4살 딸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노키즈존’이니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추씨는 “가게 앞에 따로 표시도 없고, 검색했을 때도 별도의 공지가 없어 들어갔다가 괜히 헛걸음만 했다”며 “요즘 부쩍 이런 경험이 늘었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어떤 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나가달라고 하면 ‘진상 손님’ 취급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업주들은 대부분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노키즈존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중인 양모(37)씨는 “카페에 오는 주 고객층을 배려하다 보니 노키즈, 노펫존으로 운영하게 됐다”면서 “어린이를 차별한다기보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께 조용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그렇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즈존 카페 사장 윤모(35)씨도 “큰 소리로 울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를 자제시키지 않는 부모들 때문에 불편해하는 손님들이 많아 두 달 전부터 노키즈 존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노키즈존 지도’가 공유될 만큼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노키즈 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71%에 달했다. 반면 ‘어떤 이유로든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응답자는 17%에 그쳤다.

정치하는 엄마들과 어린이가 4일 서울 영등포 국회 앞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차별철폐의 날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노키즈존’은 단순히 어린이 인권 차별을 넘어, 어린이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입장 거부’ 경험에 노출되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혼란을 느끼거나 죄책감까지 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경은 경희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부모가 싸워도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키즈존에서 출입이 안 되는 상황은 부모도 함께 거부당하는 경험인 만큼, 부모에 대한 미안함·죄책감 등이 아동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산만할 수 있지만, 교육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고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건 부적절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키즈존이 앞으로 ‘노장애인’ ‘노시니어’ 등 다른 취약계층으로 확산되지 말란 법이 없다”며 “이건 사회가 거부하고 싶은 대상은 배제해도 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 은연중에 심어주는 행위나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