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학생회에서 공금 횡령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횡령 사실이 적발돼도 교내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사기관에 넘겨지더라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아 재발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에서는 올해에만 3건의 학생회·동아리 공금 횡령 사실이 적발됐다. 경희대 A학과 학생회장이었던 B씨는 작년 12월 23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학생회비 38만9000원을 횡령했다. B씨는 개인 생활비로 학생회비를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단과대학에 불명예를 안기고 저에게 실망하셨을 모든 A대학 학우분들과 교수님들, 관계자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이후 경희대는 학생상벌위원회를 꾸려 B씨의 징계를 의결했다. 2500자 이상 사과문을 쓰고 4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서경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이 2020년 7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38회에 걸쳐 2041만600원을 횡령한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횡령 금액이 수천만원에 이르지만 서경대 학생상벌위원회는 무기정학을 처분했다. 서경대 관계자는 “당시 학생상벌위 회의록을 보면 횡령 금액이 회복되었고, 학생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졸업유예생 신분임을 고려해 퇴학이 아닌 무기정학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교 학생회 횡령 사건은 사법처리 수순을 밟더라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작년 3∼4월 전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이 두 차례에 걸쳐 학생회비 650만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으나 검찰은 약식기소를 내렸다. 지난 2019년엔 건국대 총학생회 관계자가 1530만원을 횡령했으나 횡령 금액의 10% 수준인 벌금 15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같은 해 500만원을 빼돌린 한양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조계는 대학교 학생회 횡령 사건이 가벼운 처벌을 받는 이유가 횡령 금액이 많지 않고 피의자가 사회초년생 초범인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검찰이나 재판부도 피의자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일 경우 집행유예나 징역형 전과가 없으면 피의자의 미래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며 “초범이고 피해금액이 적으면 벌금형을 많이 내린다”고 했다.

전·현직 학생회 관계자들은 대학생들의 횡령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교 학과 학생회장은 “횡령 사실이 밝혀지면 사후 처벌을 엄중히 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활동 경험이 있는 이모(26)씨는 “선배들이 해외 봉사활동 명목의 지원금을 유용하다 발각된 적이 있는데 사과문을 게시하는 수준에서 끝났다”며 “미약한 징계만 나온다면 언제라도 횡령이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 전문가는 반복되는 학생회 공금 횡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학생들의 관심과 감사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서정 한신회계법인 회계사는 “비학생회 학생들이 학생회가 투명하게 재정을 집행하는지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생회비 지출을 정기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횡령 논란이 일었을 때는 비학생회 학생들이 특별감사기구를 조직할 수 있도록 대학 차원에서 규칙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