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학교가 문을 닫는 주말이나 심야 시간에도 예외없이 단속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도 크다.

지난달 5일 오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의 모습./연합뉴스

2일 법제처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까지 민식이법에 대한 사후 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2022년 사후 입법영향평가’가 오는 9월 예정돼있다”며 “결과에 따라 경찰청 등 담당 부처에 민식이법 개정 요청을 포함한 개선 권고를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앞서 민식이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어린이가 다니지 않는 심야 시간대에는 제한 속도를 기존 시속 30km에서 시속 40km 또는 50km로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법제처의 사후 입법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면 윤석열 정부에서 민식이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날 만난 운전자들도 등하교 시간을 제외한 주말과 심야에도 동일한 속도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인 배모(30)씨는 “아이들이 없는 시간대는 엄밀히 말하면 등굣길이 아닌 것 아니냐”며 “굳이 그런 시간대까지 단속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오모(37)씨도 “서울은 주택가 옆에 초등학교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퇴근 시간대는 이미 학생들은 하교한 뒤”라며 ”전국에 초등학교가 6000개가 넘는데 전체적인 차량흐름을 방해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행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중 절반 정도가 하교시간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과거 10년간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사고건수는 11만3536건이다. 이중 방과 후 집으로 귀가하거나 학원으로 이동하는 시간대인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에 발생한 건수가 전체의 40.4%(4만5812건)을 차지했다. 심야나 새벽 시간대에도 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비율 자체는 적었다.

하지만 스쿨존의 차량 속도 제한 단속은 심야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지난 2020년 3월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중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곳은 무인교통단속 장비 설치가 의무화됐다. 어린이보호구역 중 무인교통단속 장비가 설치된 곳은 24시간 동안 차량 속도 제한(시속 30km) 준수 여부가 단속되고 있다.

불법 주·정차의 경우 평일(오전 8시~오후 8시)에만 단속이 이뤄지지만, 횡단보도 등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에 해당하는 곳은 요일·시간 구분 없이 단속이 이뤄진다. 승용차를 기준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위반과 신호·지시위반은 12만원, 과속은 최소 6만원에서 최대 16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유치원·특수학교·어린이집·학원까지 포함해 2009년 9584개소에서 지난해 기준 1만6759개소까지 늘었다. 지정 비율 역시 2009년 64.4%에서 지난해 84.4%까지 20%p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보호구역 속도 제한 완화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해외의 경우 아이들이 있을 때 속도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기본 전제”라며 “무리하게 속도 제한을 적용하기보다 현실적인 안으로 개선해서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주민 생활 구역과 일치하는 곳들이 꽤 많다”며 “해당 구역 내에서 제한 속도가 30km라는 인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