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9시쯤, 서울 중랑구 망우동 여성안심귀갓길에 그려진 노면 표식./김태호 기자

여성들의 야간 통행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여성안심귀갓길을 조성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안심귀갓길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에 조성된 여성안심귀갓길은 1942곳이다. 여성안심귀갓길은 여성들의 야간 통행 불안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부터 경찰과 지자체가 주도해 범죄예방 환경을 구축한 길이다. 여성안심귀갓길엔 폐쇄회로(CC)TV, 비상호출벨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도로면에 여성안심귀갓길임을 알리는 표식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여성들을 포함해 많은 시민이 여성안심귀갓길의 존재 자체도 잘 모르고 있었다. 지난 22일 서울 중랑고 망우동 다세대 주택가에 위치한 여성안심귀갓길 초입에서 19년째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59·여)씨는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게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망우동 주민 이모(15·여)양은 “여성안심귀갓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그런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밤에 집에 갈 때 더 우선적으로 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여성안심귀갓길 초입에는 경찰 순찰 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 전봇대에 부착되어 있었다. 도로면에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쓰인 표식이 약 540m 도로 노면에 5개 있었다. CCTV는 4대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신경을 쓰고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 이상 이곳이 여성안심귀갓길을 알아챌 수는 없을 정도였다.

여성안심귀갓길이 일반 골목길과 차이가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 서울 종로구 명륜3가 주민 문모(26·여)씨는 “매일 여성안심귀갓길을 이용하지만 이곳이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체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거리에 비상호출벨이 있다는 사실 말고 다른 골목과 큰 차이를 못 느낀다. 기자의 설명을 듣기 전엔 이곳에 CCTV와 가로등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명륜3가 주민 유계영(62·여)씨는 “밤에 눈에 띄게끔 바닥조명(로고젝터)을 더 설치해 눈에 띄는 정도를 높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여성안심귀갓길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이유로 홍보 부족을 꼽았다. 명륜3가 주민 이모(21·여)씨는 “지난해 여성안심귀갓길 근처로 이사오기 전까지 여성안심귀갓길의 존재를 몰랐다. 홍보한 것을 전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젊은 여성이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안심귀갓길이 어딘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에 조성된 여성안심귀갓길 위치를 알기 위해선 각 지역 경찰서 홈페이지를 확인해야 한다. 망우동 주민 곽모(41·여)씨는 “밤 중에 집에 가기 전에 경찰서 홈페이지를 하나씩 확인하는 사람은 없다”며 “스마트폰 지도 앱에서 여성안심귀갓길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난 25일 오후 9시쯤, 서울 종로구 명륜3가 여성안심귀갓길에 설치된 전광 안내판./김태호 기자

경찰은 여성안심귀갓길을 포털 사이트 등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선 조심스러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안심귀갓길은 경찰이 특별히 관리하는 구역이다. 경찰 관리 구역이라는 사실이 공표되면 반기지 않는 시민들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경찰서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여성안심귀갓길을 더 조성하려 한다면 경찰청에서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