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자동차로 음식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L) 당 평균 2000원을 돌파하자 유류비 비중이 수입의 절반 가까이로 치솟았다. 일부 라이더들은 유류비 부담이 없는 ‘도자킥(도보·자전거·킥보드)’ 등으로 배달 수단을 전환하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전국 휘발유 판매 가격은 L당 2002원을 기록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은 것은 2012년 10월 넷째 주 이후 약 9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2088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을 한 배달용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뉴스1

기름값이 오르자 자동차 배달족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그간 자동차를 이용한 음식 배달은 본업보다 ‘쏠쏠한 부업’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주문건수가 오토바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소모 비용이 높지만 장거리 주문 위주라 건당 평균 단가가 높다. 퇴근 후 1~2 시간만 일해도 2만~3만원을 벌 수 있었다.

여기에 일부 배달업체 등이 자동차 배달 파트너 모집을 위해 하루 일정 건수 달성시 3만~5만원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쿠팡이츠는 최근 서울 지역에서 자동차로 하루에 2건만 배달해도 2만원을 지급하는 미션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차팡(차를 이용한 쿠팡이츠 배달)’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름값 폭등으로 이 같은 호시절도 지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배달로 얻는 수입에서 유류비 비중이 20~30% 정도였다면, 현재는 40%에 육박해 1시간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최저임금(9160원)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생긴다. 음식 배달 과정에서 주차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2인 1조로 일하는 경우 수익성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부업으로 자동차를 이용한 쿠팡이츠에 나선다는 직장인 손모(33)씨는 “카팡(자동차 쿠팡이츠 배달을 일컫는 말)으로 퇴근 후 3시간만 일해도 5만원씩 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수익의 절반이 유류비로 빠져나가 노고에 비해 수익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안전 등의 이유로 자동차로 직접 배달을 하던 자영업자들도 배달비를 인상하거나 오토바이, 전기자전거 등으로 배달 수단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토바이 라이더 김모씨(23)씨는 “예전엔 6000원이면 하루 주행이 가능했는데, 요새는 기름값이 올라서 만원은 거뜬히 들어간다”면서 “배달 알바의 장점이 오토바이 1대만 있으면 경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는 건데 기름값이 오르니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도자킥(도보·자전거·킥보드)’을 대안으로 삼는 라이더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속도 측면에서 오토바이를 대체할 수 있다.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판매 업체 모토벨로의 배달용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도 군포시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모(39)씨는 “배달에 거리 제한을 두고, 가까운 거리 배달 위주로 돌리기 위해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 자동차 배달은 이제 유류비, 단속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면서 “배달이 몰리는 피크 타임을 제외하면 전기자전거로 배달을 다니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