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다현(31)씨는 최근 어머니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입원과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장기 연차를 내야 했다. 병원이 면회를 제한하면서 상주보호자 1명만 입원환자와 머물게 했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과 돌아가면서 병간호를 하려고 했지만 병원 측 방침 때문에 결국 임씨만 장기 연차를 내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해야 했다. 임씨는 “확진자도 재택 치료를 하는 마당에 직계가족만을 대상으로라도 PCR 음성 결과를 제시하면 교대가 가능하게 풀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8일 서울아산병원 음압격리중환자실의 모습./뉴스1

2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국 대학병원 대부분은 현재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방문객 면회를 제한하고 상주보호자 1명만 입원 환자와 함께 머물도록 하고 있다. 상주보호자는 한번 정해지면 교대가 불가능하고, 통상 방문일 기준 2일 이내 PCR(유전자 증폭)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최근 선별진료소 등에서 실시하는 신속항원검사는 인정되지 않는다.

환자 가족들은 직계 가족 면회나 교대라도 허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미크론 중증 발생률이 낮고 정부가 방역 지침을 완화하고 있는 마당에 생사를 헤매거나 위중한 상태에 놓인 환자의 사정도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면회 제한 방침 때문에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면회·교대 제한 방침 때문에 환자 가족들이 회사에 길게 연차를 내거나 가게를 휴업하는 등 일상생활과 생업에 지장을 겪기도 한다.

지난달 뇌출혈로 아버지가 쓰러진 김모(37)씨는 “아버지가 큰 수술 후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신 상태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다. 병원에서는 전문간병인이 상주하는 것이 낫다고 해서 그 분 외에는 가족들이 면회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혹시라도 아버지 모습을 못 보고 상태가 더 나빠질까봐 걱정이 크다”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백신 접종과 PCR 음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족들에게는 면회를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호자가 감당해야하는 PCR 검사 비용 부담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수술·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보호자는 입원 전 반드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우선순위에서 제외돼 검사 시 매번 2만~10만원의 비용을 내야 했다. 정부가 21일부터 보호자나 간병인 1인에 대해 건강보험지원으로 무료 PCR검사가 가능하도록 방침을 바꿨지만, 1회로 비용 지원이 제한돼 72시간마다 검사지를 제출해야 하는 환자 보호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방대본은 각계 의견을 수렴하며 ‘보호자·간병인에 대한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당국은 간병인과 보호자가 주중과 주말로 나눠 환자 1명을 간병할 경우 주 1회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추후 의견 수렴을 거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여러 명의 검체를 묶어 한 번에 검사하는 ‘풀링 기법’을 활용하면서 보호자와 간병인의 입원 이후 검사 비용을 주 1회 4000원 정도만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가이드라인에는 면회 관련 지침은 담기지 않을 전망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면회 관련 방침은 병원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만약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검토를 해볼 수 있지만 현재 당국 지침에는 이런 사안 관련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