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서 네이버 스토어팜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물 장어를 판매하는 김모(38)씨는 최근 배송 계약을 맺은 CJ대한통운의 택배 파업으로 인해 주문이 반토막났다. 빠른 배송이 어려워지자 고객들이 신선도 문제로 아예 주문을 취소해버린 것이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김씨는 불편을 감수하고 매일 우체국에 직접 택배를 접수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조원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며 시작한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배송 연기로 온라인 주문이 취소되거나 환불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별점 등 평가가 낮아지는 것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의 파업이 3주를 넘어 장기화하고 있는 지난달 19일 오전 금천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가산 서브터미널에 작업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시작한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조 파업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조와 사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최근 롯데·한진·로젠·우체국택배 등 4개 택배사 노조가 파업에 연대하면서 파업 규모가 외려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약 1600여명으로 전체 CJ 택배기사 가운데 8% 남짓으로 알려졌다. 파업 참여율이 낮은 지역의 경우 아직까진 택배 배송에 큰 차질이 없지만 노조 조직률이 높아 파업 참여율이 높은 경기 성남시, 광주광역시, 울산이나 창원 등 경기, 호남, 영남 일부 지역에서는 물류센터에 물건이 2~3주씩 잡혀있는 일도 흔하다.

해당 지역 소상공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온라인 판매를 겸업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택배 주문 비중이 높은 사업자들은 택배 파업 장기화로 궁지에 몰렸다. 길어도 3~4일 이내 배송이 보장되던 과거와는 달리 배송이 1~2주일을 넘기면서 소비자 항의에 시달리고, 아예 주문량 자체도 대폭 줄었다. 반송비까지 대신 물고 환불을 해주느라 손해도 막심하다.

경기 김포시에서 인터넷으로 수입과일을 판매하는 박모(34)씨는 “명절 선물용 주문이 70% 이상 줄었고, 막상 배송도 제대로 관리가 안되니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장사를 시작한 2년 동안 내내 택배 파업이 있었지만 이번이 가장 심하다”면서 “배송 때문에 과일 상태가 안 좋아지니까 컴플레인이 너무 많이 걸려와서 응대하기도 힘들었다”면서 말했다.

대체 업체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CJ대한통운과의 택배 계약을 취소하고 한진, 로젠, 롯데 등으로 계약을 바꾸려해도 신규계약이 몰린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일이 잦다. 다른 업체로 단체 주문이 몰리면서 타업체를 이용한 대체 배송도 덩달아 느려지는 일도 발생한다. 울산 광역시에서 구움과자 제과점을 운영하는 이모(32)씨는 “로젠이나 롯데 모두 배송이 너무 늘어났다며 신규 계약을 받지 않고, 3월에나 계약이 가능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갈등 주체들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파업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CJ대한통운 노조는 “이달 11일 서울을 중심으로 노동자 대회를 열고 사회적 합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파업의 이유로 택배 기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올린 택배비 가운데 상당 부분을 CJ가 회사 이익으로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오히려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노사 합의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파업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택배 터미널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해 분류 인력 등 택배 사회적 합의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것은 사실상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CJ대한통운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택배 업계 곳곳에서도 번지고 있다. CJ대한통운택배 대리점연합은 지난달 말 입장문을 통해 “택배노조의 파업은 정당성과 명분을 잃었다”며 “파업을 멈추고 현장에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 비노조 택배기사들도 지난달 파업 반대 집회를 열고 “명분이 없는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은 택배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택배 등의 택배 기사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으로 정식 노동 단체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