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8일째인 18일, 사고 현장 인근에 실종자와 상인, 사고수습본부의 임시천막이 설치돼 있다. /윤예원 기자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무책임한 대응이 이어지면서 광주지역에서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비롯한 책임자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 김명보(25)씨는 진전 없는 수색 작업에 지친 모습이었다. 김씨는 “일요일까지 타워크레인을 해체한다더니 이번주 금요일로 한 주 미뤄졌고,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얘기를 들어보면 다음주까지 또 미뤄질 것 같다”면서 “진작 끝났어야 할 타워크레인 해체가 왜 이렇게 미뤄지느냐”고 했다.

현재 사고 현장 앞에는 실종자 5명의 가족들이 임시천막에서 생활하며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붕괴 사고로 영업장을 잃은 상인들도 바로 옆 임시천막에 모여 있다. 사고로 영업이 중단된 금호하이빌문구도매상가의 자치회장 홍석선씨는 “점포 안에 가구든 물건이든 다 흙먼지로 뒤덮이며 생계가 무너져 속이 상한다”면서 “피해자 의견을 듣고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아니냐, 임시천막마저 겨우겨우 요청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 건물 1층에서 식품납품업을 영업하는 조은유통 사장 김기홍씨는 “붕괴 이후 일주일간 장사를 못 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장사 못 할지 모르겠다”면서 “현대산업개발에서는 상인들에게 피해 보상을 해준다는 말도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사고 현장 인근에선 고등학생 14명이 거리로 나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지난 학동 참사에 이어 또다시 수많은 사상자와 실종자를 낳은 시공사와 도급업체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이 참사를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다룰 수 없음을 개탄하며, 그들에게 적절한 처벌이 있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사고 8일째를 맞은 18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있다. /윤예원 기자

피해자들은 현대산업개발의 대응이 분노를 키웠다고 말하고 있다.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회사 명의로 569자의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시공사 선정을 앞둔 경기 안양 관양현대 수주 현장에선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맡겨 달라”며 879자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대규모 참사보다 돈벌이에 더 집중한 모습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사고 이튿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해 법률 자문과 형사 대응을 맡기기로 한 점, 정 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사고 발생 7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모습을 나타낸 점도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대표이사가 12일 자정이 다 돼서야 광주에 도착했고, 오전 10시 한 장짜리 사과문 발표가 전부였다”며 “언제까지 어처구니없는 건설 현장 참사가 반복돼 시민 생명이 위협받아야 하는지 분노스럽고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회장직에서 사퇴한 정몽규 회장은 뒤늦게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승엽(45) 예비입주자대표회의는 “사고 후 지금까지 현대산업개발이 한 일이라고는 ‘공정을 독촉하지 않았다’는 책임 회피성 해명과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선임, 시공 계약 수주를 앞둔 전국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 사죄 현수막을 거는 일이었다”고 했다.

실종자의 한 가족도 당시 정 회장을 보고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돼 가는데, 이제 와서 뭘 하겠단 거야”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