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2시쯤 60대 남성 김모(68)씨는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김씨는 평상시처럼 매장 이용을 위해 안심콜에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점원이 안심콜 서비스가 종료됐다며 방역패스 확인을 요구했다. 이날부터 식당과 카페 등에서 방역패스가 본격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모바일 전자 증명서 발급 방법을 모르는 김씨는 카페를 이용하지 못하고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방역패스 확대 적용으로 백신 접종 여부를 알 수 없는 안심콜과 수기 명부 등 기존의 방역 확인 절차가 폐지되면서 전자 증명서 사용에 취약한 노년층이 갈 길을 잃고 있다. 정보 격차로 인해 노년층이 사회와 단절되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 현상이 코로나 방역수칙에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 방역패스 적용 안내문이 붙어있다./연합뉴스

1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방역패스로 사용이 가능한 것은 질병관리청 쿠브(COOV) 앱이나 전자출입명부(네이버, 카카오, 토스)의 전자 증명서, 신분증에 붙인 예방접종 스티커, 2차 접종 후 접종기관에서 받은 종이 접종증명서 등이다. 미접종자는 PCR 검사 음성 결과가 담긴 휴대폰 문자나 종이 증명서를 내면 된다. 단, 종이 증명서의 경우에는 이를 제시하면서 신분증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다만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매장에서의 방역패스 확인은 대부분 휴대폰으로 즉시 확인이 가능한 전자 증명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별도 절차 없이 개인 큐알(QR)코드 인식을 통해 신분과 접종 이력이 증명돼 간편해서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이 미숙한 노년층에게는 전자 증명서 발급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접종 이력이 증명되는 개인 큐알코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핸드폰 인증 등 본인인증 절차가 별도로 필요한데,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이를 따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70세 이상 노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40.3%다. 바꿔서 말하면 70세 이상 노인 10명 중 6명은 인터넷을 못 쓴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못 쓰는 노인에게 QR코드 전자증명서를 발급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접종기관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발급한 종이 접종 증명서나 스티커로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별도의 안내나 고지가 부족해 일부 노년층의 경우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도 전자 증명서가 없어서 식당에서 쫓겨나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최종태(70)씨는 “지금 자식들과 따로 살고 있어 전화로 물어봤지만 내 휴대폰 명의가 아들 명의 앞으로 되어있어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간 휴대폰으로 할 줄 모르니 가게를 안심콜을 통해 이용했다”면서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았는데, 갑자기 노인들은 잘할 줄 모르는 방식으로만 증명하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등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처지가 좀 나은 편이다. 하지만 방역패스를 한 번 발급 받은 후에도 시일이 지나면 인증을 갱신하고 재발급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터라 매번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불편함이 크다.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임경선(67)씨는 “서울에 사는 딸이 카카오 큐알코드가 사라질 때마다 다시 발급해줬는데, 해줄 때 마다 엄마는 언제까지 이런 간단한 핸드폰도 못하고 살 거냐고 짜증을 낸다”면서 “혼자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휴대폰 글자도 너무 작고 복잡해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나마 스마트폰이 있는 경우는 다행이다. 하지만 노인 중에는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70세 이상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8년 기준 37.8%에 그친다. 전체 연령 평균인 89.4%에 비해 한참 낮다.

방역패스 적용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다. 전자 증명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들이 휴대폰 공기계나 태블릿 PC 등 큐알 인식용 기계를 매장에 두고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 취약한 노년층 소상공인들이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의 연령층이 높을 경우엔 방역패스를 꼭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충분한 교육도 없이 방역패스 적용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전자증명서 인식에 필요한 기계 비용이나 인력 비용 중 어느것도 감당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경기 파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6)씨는 “동네에 오래된 식당을 하시는 이웃 할머니가 방역패스를 어떻게 매장에서 확인하는 지 아예 모르셔서, 직접 가서 한참을 설명해드렸다”면서 “그나마 나와 같은 젊은 자영업자들이 연세가 드신 이웃 자영업자들한테 일일이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지만, 애초에 정부가 방역패스에 대해 교육을 철저히 하고, 지원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