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가 노조를 탈퇴한 운송업자를 해고하라며 물류회사의 협력업체인 운송회사를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물연대는 해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물류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시위를 벌였고, 결국 한국타이어는 운송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을 해지당한 업체는 부도 위기에 처한 상태다.

24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설노조)에 따르면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는 지난 7월 20일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운송업자 A씨를 사실상 해고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한국타이어 협력업체인 운송회사 거마로직스에 보냈다.

화물연대가 해고를 요구한 이유는 A씨가 거마로직스 인사규정을 위반해서가 아니라, A씨가 노조를 탈퇴해 화물연대 회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가 지난 7월 20일 거마로직스에 노조를 탈퇴한 운송업자에 대한 배차중지를 요구하며 보낸 공문/독자제공

화물연대는 공문에 “A씨가 화물연대와의 합의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며 “A씨 차량의 배차를 즉시 중지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회칙을 준수하지 않은 A씨에 대한 배차를 중지하지 않을 시 발생될 모든 책임은 거마로직스에 있다”고 덧붙였다.

거마로직스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화물연대는 지난달 26일 한국타이어에 ‘거마로직스를 퇴출하지 않으면 한국타이어의 모든 공장을 봉쇄하고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협박성 공문을 보냈다. 한국타이어를 압박해 거마로직스와의 계약을 해지시키겠다는 속셈이었다.

실제 화물연대가 한국타이어 물류 공장 입구를 막아 생산된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한국타이어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다는 게 거마로직스 측의 주장이다.

거마로직스 관계자는 “타이어 관련 제품은 생산을 중단하면 고무가 기계에 들러붙어 이를 청소하는데 일주일 가량 걸려 손해가 수십억원에 달한다”며 “한국타이어로서는 화물연대 말이라면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시위 현장에 경찰도 있었지만, 뒷짐만 졌을 뿐”이라고 했다.

결국 한국타이어는 거마로직스와의 운송물류 계약을 올해 12월 31일부로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타이어와 거마로직스가 체결한 계약서에 명시된 ‘노사갈등을 일으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근거였다.

한 노조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거마로직스에서 파업 등의 소란을 일으켜 한국타이어가 이를 노사갈등으로 간주하게 만들어 계약을 해지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지난 10일 법원에 거마로직스 소속 직원들에 대한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다. 한국타이어에는 ‘거마로직스에 운송료를 지급하지 마라’는 공문까지 보냈다. 거마로직스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부도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22일 성남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앞에서 계약 해지된 운송업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건설노조 제공

거마로직스는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물연대의 ‘표적’이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5개사 중 거마로직스만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마로직스 소속 운송업자의 40%도 비노조원이다.

거마로직스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한국타이어 내 조합원 수를 늘려서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싶었을텐데, 우리 회사가 눈엣가시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모든 게 급하게 이뤄지다 보니 돈이 부족해 차주들에게는 돈을 못 주고 있다”며 “20년간 회사를 운영해 왔고, 노사갈등 상황에서 원만하게 합의해왔는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