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8일 오전 7시쯤 제18지구 제13시험장인 서울 강남구 서초고등학교 앞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응원인파 없이 적막한 분위기였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지만, 수능 풍경만큼은 코로나 시대였다.

18일 오전 수험생들이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고사장에 입실하고 있다. 코로나로 응원인파는 없었지만, 수험생들을 배웅하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송복규 기자, 윤예원 기자

택시를 탄 수험생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에 패딩부터 반바지까지 다양한 차림새였다. 성대한 응원 인파는 없었지만 교사 두 명이 교문 앞을 지키며 입장하는 수험생들에 ‘화이팅’ ‘시험 잘 봐’ 등을 외치며 격려했다. 수험생들은 가족과 포옹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사장에 들어섰다. 재수생 류민아(19)씨는 “작년에도 수능을 치뤘지만, 여전히 기분이 너무나 묘하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수험장에 들어서는 자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교문 너머로 핫팩이나 보온병을 건네주며 “사랑한다”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도 건넸다.

한 중년 여성은 도시락 가방을 두고 간 자녀의 뒤를 따라 황급히 뛰어가기도 했다. 자녀가 수험표를 두고 갔다며 거의 울음이 터진 한 학부형을 교사가 나와 안심시키기도 했다. 목발을 짚은 학생을 직접 수험장까지 데려다주려던 중년 남성은 경찰의 제지에 막혀 실망감을 드러냈다.

고3 자녀를 둔 김혜영(46)씨는 “올해 문·이과 통합 첫 수능이라 예측을 할 수가 없어서 더 불안하다. 아들이 아침에 많이 떨려했다”면서 “아침밥도 목구멍으로 안 넘어간다고 다 남기고 갔다.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힘든 과정 잘 견뎌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안되면 또 도전하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올해는 문·이과 통합체제로 치러지는 첫 수능이다. 시행 첫해인 만큼 학생, 학부모들은 난이도를 예측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수학 공통과목으로 문과와 이과가 경쟁한다는 사실에 문과 학생들의 반발이 컸다. 통계가 없으니 원서 접수 때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불안감도 생긴다.

코로나 학력격차 역시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대면수업이 2년 가까이 중단되고, 학원 등도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며 그간 자율성에 의존한 학습을 하느냐, 과외를 받은 학생들이나 경험이 많은 재수생·삼수생보다 성적이 훨씬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과생인 고3 이유진(18)씨는 “수학 과목이 난이도별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이과생들과 경쟁하게 돼서 너무 부담스럽다”면서 “시험대에 오른 마루타가 된 것 같아서 썩 기분이 좋지 않고 불안하다. 결국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는 재수, 삼수생들 성적이 훨씬 잘나와 현역만 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 입실이 끝나고 정문이 폐쇄된 상태에서도 몇몇 학부모들은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기도 했다. 닫힌 정문 앞에서 서성이던 김모(48)씨는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다”며 “시험 보는 도중에 갑자기 애가 몸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뭘 두고 갔을까봐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성당이나 절에도 자녀들의 수능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지속됐다. 코로나 시대에 수험생활을 보낸 자녀들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수능수험생 행복기원 희망 촛불공양’ 부스에는 중년 여성들 수십 명이 자리를 지키며 기도를 드렸다.

18일 오전 학부모들이 서울 중구 명동성당과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도하고 있다./최효정 기자

손에 자녀의 수능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종이를 들고 고개 숙여 기원하던 김미진(53)씨는 “우리 딸이 그간 수험생활을 한다고 너무 고생했으니까,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고 아프지 않고 포기하지 말고 무사히 끝내기를 기도하러 왔다”면서 “독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곳에 나와서 간절히 바라면 마음이 전달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의 조부모들도 손주의 수능이 걱정돼 공양을 드리러 발걸음을 했다. 박성구(70)씨는 “우리 손녀가 재수생인데, 성적이 꼭 잘나와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에 절을 찾게 됐다”면서 “은퇴 후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그간 시간될때 마다 와서 손녀가 잘되기를 빌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서울 명동성당 안 마련된 기도 공간에서도 끊임없이 중년 여성들과 남성들이 도착해 촛불을 켜고,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9시 30분부터 시작되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한 인파도 끊이지 않았다.

자녀를 수험장에 데려다주고 곧바로 성당으로 왔다는 박인희(48)씨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우리 애가 코로나로 자율학습을 할 때 지원을 많이 못해준 것이 너무 미안하다. 수험생활 내내 학교를 못 가니 너무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왔으니까, 꼭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