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정상화)’ 시행으로 카페와 식당의 영업시간 제한과 인원 제한이 폐지되면서 자영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그간 거리두기 특수를 누리던 배달전문업은 반대로 주문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

배달업 호황기에 일거리가 많아 “일할 사람이 아무리 늘어도 모자르다”는 소리가 나왔던 배달대행업도 주문이 줄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배달라이더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달전문점은 이제 한물 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으로 움츠렸던 외식 수요가 폭발하면서 배달 앱 이용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도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16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4일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총 사용자 수(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는 1825만명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 2226만명에서 22% 줄었다. 배달 수요는 지난 8월 3사의 한 달 사용자 수가 3500만명을 넘기며 정점을 찍었지만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외식업계는 10월 대비 이달 매출이 7.8%가량 늘었고, 거리두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주점 매출이 37% 증가하는 등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오직 배달업만 거꾸로인 셈이다. 연말특수 등으로 배달보다 외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배달업주들 사이에서는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될 수록 영업이익이 더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일찌감치 배달뿐 아니라 홀 영업을 겸업할 수 있도록 업태 전환을 고려하는 등 살 길 마련에 나선 배달업주들도 있다.

배달전문 베트남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최모(35)씨는 “홀 영업을 아예 하지 않는 작은 가게로 시작했는데 위드 코로나 이후에는 주말 이익이 삼분의 일로 줄었다”며 “동네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배달이 감소하니 답이 없다. 업장을 조금 더 늘려 홀과 배달을 같이 병행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앱 이용량이 급격히 줄면서 배달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코로나19 확산기 등에는 이른바 ‘콜(주문)’수가 폭주해 일거리를 잡으려 기다리지 않아도 금세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대기하고 있어도 ‘콜’이 뜨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배달앱 라이더 이모(27)씨는 “배민, 쿠팡에서도 일했고, 배달대행 업체에서도 일했는데 이제는 예전처럼 초짜배기들도 편히 1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위드 코로나 이후 콜에도 경쟁이 너무 많고, 소위 말하는 ‘똥콜’이 너무 많아졌다. 정확한 루트로 효율적으로 배달해야 예전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그간 ‘배짱영업’을 하던 배달 음식점에도 경쟁이 도입되면서 순환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간 홀 영업이 있는 가게에 비해 위생이나 품질 등 측면에서 해이했던 배달업장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윤(23)씨는 “자취를 시작하면서 배달음식을 물리게 시켰는데, 다 비슷한 맛에 비슷한 질의 음식들이다보니 금방 지겨워졌다”면서 “대충 조리한 음식에 배달비까지 내야하니 외식보다도 비쌌다. 이제 식당 이용이 자유로워졌으니 배달주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 간의 ‘거리두기’가 배달 문화를 정착시켰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배달업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한 배달업주는 “이미 배달 문화가 정착됐고,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고 해도 배달 수요는 때에 맞춰 늘어날 것”이라면서 “김장철엔 원래 배달이나 외식 수요가 줄어든다. 날이 추워질수록 다시 주문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