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 등에 제약이 생기며 국내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골프장이 입장료와 이용료(그린피)를 대폭 올리면서 ‘폭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골프 대중화 명목으로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퍼블릭(대중제) 골프장까지 각종 이용료를 크게 올려 이용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골프장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11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중 골프장의 입장료는 평균 20%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홍천의 한 대중제 골프장은 평균 주말 입장료를 회원제(비회원 25만∼27만원)보다 높은 37만원까지 받기도 했다. 카트 사용료와 캐디피도 1만∼2만원씩 올렸다. 대중제 골프장의 평균 주말 입장료가 20만원을 넘기는 등 폭등했고, 회원제 가격도 덩달아 치솟는 형국이다.

골프장 요금이 천정부지인 까닭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골프 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 내장객은 4673만명으로 전년 대비 12.1% 늘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골프장 부킹은 사실상 전쟁이 됐고 모든 비용이 덩달아 올랐다. 전체 국내 골프장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 늘어났다.

골프장들은 입장료와 카트 사용료, 캐디피 등을 올려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지만 제공하는 서비스 질은 조악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경기도의 한 대중 골프장 사례를 보면 1000원대 막걸리를 1만2000원에 판다. 떡볶이 가격도 시중의 10배가 넘었다. 카트 사용료는 10만원으로 똑같은 경남 의령에 있는 대중 골프장에 비해 20배나 비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달 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시대 골프장 폭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현재까지 6만7000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은 “코로나 시대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부킹이 힘들어지자 골프장들이 그린피, 카트피, 캐디피를 일제히 올려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일본보다 평균 3.5배 비싸다”고 주장했다.

골프장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저렴한 해외 골프장으로 대체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비행기 값 등을 감안해도 이용료가 훨씬 저렴한 해외 골프장이 더 낫다는 의견이다. 일부 국가에서 방역 완화 등 빗장을 풀면서 태국, 하와이, 괌 등으로 떠나는 골프 여행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4년째 골프를 치고 있는 직장인 박승호(31)씨는 “국내 골프장 주말 18홀 라운딩 비용이 이것 저것 더하면 50만원이 넘어간다. 이정도 금액이면 차라리 저렴한 동남아 국가에서 실컷 골프를 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내년 초에 태국 골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폭리에 대해 업계에서는 골프장이 수요에 맞춰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당연한 결과라고 반론한다. 한 골프업계 관계자는 “골프는 애초에 사치성 스포츠이고, 누가 강압적으로 치라고 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원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치는 것”이라면서 “부킹이 몰리면 이용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골프 대중화 명목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의 폭리는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대중제는 개별소비세도 면제인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이 중과세 대상인 회원제와 달리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 입장료를 회원제보다 비싸게 받거나 비슷하게 받으면서도 대중 골프장이란 이유로 일반 과세 혜택까지 받는 것이다. 세금을 덜 내고 이익은 더 챙기는 셈이다. 이때문에 이런 ‘무늬만 대중제’ 골프장에 세제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