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망 쇼크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성인용 기저귀 가격이 재차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들어 한 차례 성인용 기저귀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성인용 기저귀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의 '성인용 기저귀' 검색 결과./네이버 제공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인용 기저귀에 쓰이는 원·부자재 가격이 최근 40% 이상 오르면서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이 커졌다. 중국발 공급망 쇼크로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SAP(고분자흡수제)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기저귀 원료가 되는 펄프도 최근 원유가가 오르며 천정부지다. 기저귀뿐 아니라 마스크에도 쓰이는 멜트브라운(MB) 부족으로 기저귀 가격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P&G, 킴벌리-클라크 등 글로벌 공급업체를 중심으로 기저귀 가격이 올라 1년 전보다 10% 이상 오른 상태다. 국내 업체들도 꾸준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한 성인용 기저귀 제조업체는 이미 지난 6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성인용 기저귀 판매가격을 5% 가량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생산비용이 40% 이상 치솟아서 대부분 제조업체가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값싼 중국산과의 경쟁 때문에 아무리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큰 폭 인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성인용 기저귀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성인용 기저귀는 전체 수요의 90%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 예산을 관리 및 제한하고 있는데 비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 최악의 경우 기존보다 구매량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이미 지난해 마스크와 기저귀에 동시에 쓰이는 멜트브라운 부족으로 성인용 기저귀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에 1년 만에 또다시 큰 폭의 가격 인상은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안양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진 납품업체 측과 계약조건 그대로 기저귀를 납품받고 있다. 하지만 기저귀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면 예산에 맞게 구매량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기저귀같은 필수재를 어떻게 줄일 수 있겠느냐”라며 “가격 인상이 계속되면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납품업체들도 제조업체와 요양병원·요양원 사이에 껴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한다. 제조업체가 가격을 올려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과의 납품 계약 유지를 위해 비용 상승분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기저귀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45)씨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가격인상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니 우선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납품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미 일부에서 가격을 올리고 있어 결국엔 납품가 인상이 불가피해보인다”고 했다.

일반 소비자들도 성인용 기저귀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요실금 등 증상으로 성인용 기저귀를 정기적으로 구매해았지만, 마트 등에서 소매가가 큰 폭 오르면서 아예 온라인 구매로 구입처를 전환하기도 한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63)씨는 “갱년기 이후 장거리 이동 등에 성인용 기저귀가 필요해 구입하고 있는데 작년부터 가격이 너무 올라 딸에게 인터넷 대량 구매를 부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