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결혼식을 올린 직장인 김모(30)씨는 올해 초 서울의 모 호텔에서 예식을 계약했다. 호텔 측은 하반기에는 백신 접종 확대로 지금보다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며 식사 최소 보증인원을 250명으로 요구했고, 김씨는 1인당 6만원씩 총 1500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영향으로 결혼식이 열린 지난 9일에는 식사 가능 인원이 99인으로 제한됐다. 김씨는 식사를 제공할 수 없는 151명분에 해당하는 비용을 환불해달라고 했지만, 호텔 측은 식사 대신 답례품을 제공하겠다고 버텼다. 결혼식을 취소할 수 없었던 김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식대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저가 와인 세트 수백개를 대신 받아야 했다.

10월 3일 서울 시내 한 예식장 내부에 부착된 거리두기 안내문.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 방역지침과 예식업장의 ‘갑질’ 사이에서 신혼부부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렇다할 피해 구제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4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웨딩홀 관련 분쟁은 지난해 395건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17년(139건)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중 코로나19 관련 피해구제 접수는 265건이었는데, 분쟁 합의율은 29%에 그쳤다.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때문에 웨딩홀과 분쟁을 겪었지만 합의도 하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피해구제 접수 현황은 지난해(265건)와 올해(9월 23일 기준) 101건 등 총 366건에 달했다. 그러나 피해구제 조치의 대부분은 단순 정보제공(140건·38%)이었고, 환급까지 이뤄진 경우는 29건에 그쳤다. 전체 피해구제 접수의 7%에 불과했다. 방역조치로 불가피하게 예식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등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있지만 이는 단순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예식장이 따르지 않으면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 예식업 피해구제 접수 현황 및 합의율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결송합니다(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예식장 측의 위약금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강행하며 입은 금전적 손해와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만신창이가 됐지만, 별다른 구제 방법이 없다.

지난 9월 결혼식을 올린 초등학교 교사 박모(29)씨는 본인의 예식을 “두 번 다시 겪고싶지 않은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금전적 손해도 문제지만 청첩장을 돌리는 단계에서부터 식을 올리기까지 초대나 참석 여부에 대해 지인들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다. 결혼식 당일에는 방역 수칙 때문에 식사를 하지 못한 지인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까지 모두 마음의 짐이 됐다.

예비부부들도 불안에 떨긴 마찬가지다. 식사 제공 여부와는 상관 없이 250명까지 참석이 가능하도록 방역 조치가 일부 완화됐지만, 접종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초대가 가능한 인원은 여전히 49명에 불과하다. 접종이 상대적으로 느린 2030의 경우 접종완료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201명을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혼식 참석을 요청하며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송재호 의원은 “코로나 위기로 당연히 축복받아야 할 예비부부가 결혼식장과의 불공정계약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공정위와 소비자원을 비롯해 공정한 계약과 신속한 분쟁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