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이용가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전체 채팅방에서 미성년자 음란물을 판매한다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이같은 채팅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캡처

“ㅁ고딩 영-상 ㅍ 라디:ΟΟΟ”

지난 18일 모바일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전체 채팅방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암호문처럼 복잡한 이 글은 무슨 뜻일까. ‘ㅁ고딩’은 고등학생을 뜻하는 말이다. 게임사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ㅁ을 앞에 붙였다. ‘영-상’ 역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영상의 중간에 하이픈(-)을 넣은 것이다. ‘ㅍ’은 판매의 약자. ‘라디’는 라인 아이디의 약자였다. 이 문장을 풀면 이런 뜻이다.

‘고등학생 영상 판매함. 라인 아이디: ΟΟΟ'

고등학생 미성년자가 찍힌 음란물을 판매한다는 글이었다. 이 글이 올라온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다운로드 1000만회가 넘는 인기 게임이다. 전체이용가 게임이라 초등학생도 즐겨서 하는 게임이다. 이런 게임의 전체 채팅창에 고등학생의 음란물을 판매한다는 글이 공공연하게 올라온 것이다.

◇전체이용가 게임서 “음란물 팔아요”… 5단계 거치자 성인 랜덤채팅으로 연결

이 글만이 아니었다. 이 게임의 전체 채팅창을 잠깐 보는 동안에도 음란물이나 불건전한 만남을 언급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단순한 농담이나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는 글이 아니었다.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검열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자영(자위 동영상)’을 ‘jayoung’으로 고치는 식으로 각종 은어를 쓰면서 검열을 피해갔다.

게임에 올라온 라인 아이디를 직접 찾아봤다. 그러자 ‘변녀)구글에 ΟΟΟ'라는 닉네임을 한 계정이 검색됐다. 이 계정으로 직접 음란물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구글에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도록 유도하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

구글에 이 키워드를 검색하자 한 웹사이트가 나왔고, 이 웹사이트엔 또다른 웹사이트 도메인이 안내됐다. 이 도메인을 클릭하자 ‘변녀 많은 곳’ 등이 쓰인 두 개의 하이퍼링크가 달린 게시물로 연결됐다. 앞선 웹사이트와 이 게시물의 댓글 창엔 ‘변녀 구한다’ ‘초중고 다 가능’ 등 댓글이 총 1000개가량 달려 있었다.

게시물에 달린 두 개의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니 각각 다른 랜덤채팅 앱 사이트로 넘어갔다. 총 다섯 단계를 거쳐 접속한 곳은 앞선 조선비즈 보도에서 언급된 트위터 일탈계가 광고하고 있던 것과 같은 앱이었다. 전체이용가 게임의 채팅창을 음란물 판매와 성매매 웹사이트의 홍보 창구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다섯 단계를 거치는 동안 성인 인증 등 별도의 안전장치는 전혀 없었다.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초등학생도 클릭 몇 번이면 이런 웹사이트에 노출될 수 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전체 채팅창에 올라온 메신저를 타고 들어가니 랜덤채팅 앱 사이트가 떴다. /인터넷 캡처

◇“‘자영’ 팝니다” “‘몸사’는 서비스”… 성매매 쇼핑몰 된 인스타·유튜브

조선비즈는 9월 한 달 동안 10대 미성년자의 이용이 많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모바일 게임에 얼마나 많은 유해 콘텐츠가 올라오는지 지켜봤다. 앞서 보도한 트위터의 성매매 광고와 별개로 이들 플랫폼에서는 자신의 성(性)에 값을 매겨 파는 모습이 다수 발견됐다. 타인의 나체나 성행위 사진, 또는 영상물을 사온 뒤에 되파는 행태도 포착됐다.

인스타그램 속 음란물 판매는 노골적이었다.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 다른 채널로 유도하지도 않고 인스타그램 안에서 직접 음란물을 사고 팔고 있었다.

자신들을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이들은 신체의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올린 뒤에 자신의 몸 사진이나 동영상을 판다며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입던 속옷을 팔기도 했고, 일부는 조건만남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들은 주로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트 카드를 대가로 제시했다. 가격대는 1000원에서 수만원까지 다양했다. 자신을 2004년생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만나서 ‘모든 것’을 하는 데 10만원을 내걸었다. 일주일 뒤 이들 계정을 다시 찾았지만 삭제 조치된 계정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2004년생 미성년자라고 밝힌 한 이용자가 올린 성매매 가격표. 만원 단위로 쓰여있다. 그는 자신의 계정에 신체 노출 사진과 함께 영상물을 판다고 명시해뒀지만 계정은 삭제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그나마 인스타그램은 유해 콘텐츠 검열이 잦아 해시태그 검색만으로 이런 글을 단번에 찾기 쉽지는 않았다. 특수문자나 외국어 해시태그를 이용하면서 검열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검열이 거의 없다시피 한 유튜브는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유튜브에 ‘자영 판매’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63개의 동영상이 나왔다. ‘자영’은 ‘자위 영상’의 줄임말로 음란물 판매에 쓰이는 은어다. 63개의 영상 대부분은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검정색 화면뿐이었다. 대신 제목에 영상물을 살 사람은 설명란이나 댓글을 참고하라는 뜻의 ‘설참(설명 참고)’이 적혀있었다. 유해 콘텐츠 신고가 누적돼도 동영상 시청이 제한될 뿐, 영상물 가격과 연락 가능한 메신저 아이디가 적힌 댓글은 여전히 노출되기 때문에 음란물 유통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한 게시물에는 영상 구매를 원한다며 자신의 메신저 아이디를 남긴 댓글 20여개가 줄줄이 달려 있기도 했다. 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자신이 중학교 3학년이라며 ‘본인이니까 안심하라’고 적어놨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자신을 13세라고 밝힌 뒤 “영상 하나를 사면 ‘몸사(몸 사진)’를 서비스로 보내주겠다”고 돼 있었다.

자신을 2007년생 미성년자라고 밝힌 한 유튜브 이용자가 올린 동영상. 동영상은 아무 내용 없는 검정 화면이었고, 동양상 설명란엔 성매매 가격이 적혀있었다. /유튜브 캡처

이 검은 화면의 동영상들은 검색 당일에 올라온 것부터 1년 전 게시물까지 전부 검색 가능했다. 검색어를 애써 변형하지 않아도 음란물 판매 글을 찾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사실상 유튜브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7월 송봉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등이 발간한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왓쳐’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유튜브에 올라온 유해 콘텐츠 가운데 지난 6월 기준 검열되지 않은 것이 31.1%로 가장 많았고, ‘영상 또는 댓글 부분 검열’이 13.3%, ‘검열 완료’는 11.1%뿐이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유해 콘텐츠 10개 중에 삭제 조치 되는 영상은 겨우 1개뿐인 셈이다.

◇음란물 판매 방치하면 제2의 ‘n번방·박사방’으로 번진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몸을 찍어 파는 미성년자들이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사회적인 문제가 된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 범죄자들은 이들과 같은 SNS 일탈계(일탈하는 계정) 운영자를 성착취 표적으로 삼았다. 개인정보를 해킹한 뒤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해 영상물을 찍게 하거나, 자신을 경찰이라고 속여 “신고됐는데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식이었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영상물을 판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나는 남자지만 (여성의 자위영상을) 수없이 많이 가지고 있다. 원하는 종류를 말하면 바로 찾아서 주겠다”며 “개당 1000원에 싸게 팔겠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n번방’과 ‘박사방’의 주범들이 모두 검거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제2의 문형욱, 제2의 조주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의 피해자는 전년 대비 11% 늘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가해자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비율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서 86.9%, 성착취물 제작 등에서 80.6%로 나타났다.

특히 성매수와 성매매 알선·광고의 경로는 SNS와 같은 정보통신망이 각각 90.5%, 96.7%를 차지했다. 자신의 성을 판매한 미성년자 10명 중 9명 이상이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성매매를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민아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들만의 은어나 비밀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불법 행동을 막으려고 해도 이들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며 “10대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상호작용, 미디어 리터러시 등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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