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AED 설치 표지가 붙은 서울관광경찰대 홍대센터의 모습. 경찰 주간근무자가 퇴근하는 6시 이후로는 문이 잠겨 이용이 어렵다. /방재혁 기자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공공기관마다 설치돼 있지만,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시간에는 문이 잠겨 사용할 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서울시와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서울 내 AED는 총 4557개가 설치돼 있다. 설치 장소는 대부분 공공기관이다. 카지노·잠실야구장 등 5000명 이상 관중 입장이 가능한 스포츠 시설을 제외한 다중이용시설은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술집이나 음식점 등에 AED가 설치되지 않다 보니 번화가에서 심정지가 발생해도 AED를 사용하려면 4분이 넘는 거리를 왕복해야 한다. 의학계에서는 심정지가 발생해도 4분 안에 AED를 병행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률이 80%까지 올라가 4분은 골든 타임으로 여겨진다.

AED가 설치된 공공기관이 근처에 있더라도 늦은 밤에는 무용지물이다. 공공기관이 문을 닫는 밤에는 시설 내부에 있는 AED를 꺼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오후 9시쯤 AED 설치시설인 서울관광경찰대 홍대센터를 기자가 직접 방문했지만, 문이 잠겨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유리문 바로 안에 AED가 있었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전문가들은 AED 설치와 관련된 매뉴얼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시은 동강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건물폐쇄로 늦은 시간 AED 이용이 불가능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심각하게 이뤄진 적은 없지만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시민들이 AED 없이도 최대한 초동조치를 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AED를 건물 밖에 설치하도록 의무화 등의 매뉴얼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