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한 주택가에는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가는 카페가 있다. 이 카페의 특이한 점은 하루에 예약한 다섯 팀 정도만을 받는다는 점이다. 일명 ‘커피 오마카세'로 유명한 카페다. 약 한 시간동안 커피 마스터와 셰프가 서빙되는 음료와 디저트에 대해 직접 설명해준다. 음료 세 종, 디저트 세 종이 제공되는 ‘커피 페어링 코스’의 가격은 1인당 3만8000원이다.

커피와 디저트를 '오마카세'로 제공하는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박지영 기자

일식집 등 주로 고급 음식점에서만 판매됐던 ‘오마카세(맡김차림)’가 커피와 차 등 일상적인 메뉴로 대상이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20대와 30대 젊은 층에서 여러 오마카세 메뉴를 찾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오마카세는 ‘맡기다’라는 뜻의 일본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고급 일식집에서 주방장이 재료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메뉴로 코스를 구성해 내놓은 ‘주방장 특선 코스'에서 비롯했다. 현재는 손님이 음식을 고르는 게 아니라 셰프가 알아서 음식을 만들어주는 음식점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고급 일식집에서 유래한 방식인만큼 원래는 ‘스시 오마카세'가 오마카세의 대표격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2030 세대가 오마카세의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스시뿐 아니라 커피, 차 등의 음료와 한우 등 다른 종류의 식당에서도 오마카세와 같은 형태의 맡김차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문을 연 일본 유명 오마카세 스시 브랜드 ‘스시치하루’ 매장./롯데백화점 제공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곳은 커피 페어링 메뉴를 판매하는 카페다. 페어링 메뉴는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를 같이 내는 코스를 뜻한다. 커피 페어링 메뉴를 파는 한 카페의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는 “해당 메뉴는 고객이 직접 음료나 디저트를 선택할 수는 없다”며 “대신 직접 생두를 로스팅해 만든 커피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페어링해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커피 오마카세를 경험해본 이모(27)씨는 “스시 오마카세는 들어봤지만 커피 오마카세는 처음이라 신기했다”며 “앞에서 바리스타가 설명을 해주니 재밌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차례나 방문했다고 하는 유모(26)씨 역시 “커피 오마카세를 제공하는 가게의 경우 만족도가 높아 두 번이나 방문했다”고 했다.

최근 오마카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는 한우다. 검색창에 한우 오마카세를 검색하자 여러 개의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유튜브 캡쳐

오마카세의 인기는 소셜미디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 단어를 검색하면 35만개가 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에도 ‘한우 오마카세'를 검색하자 조회수가 50만회를 훌쩍 넘는 영상들을 여러 개 찾을 수 있다. 한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는 “저녁에는 인당 3~4만원대 가격으로 오마카세로만 식사를 제공하는 가게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30세대가 특히 오마카세 메뉴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이유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마음에 드는 소비를 하려는 이들의 소비 성향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여행 등을 즐기기 어려운 상황이라 대신 값비싼 메뉴의 식사를 하는데 돈을 쓰려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오마카세 메뉴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꼽힌다.

MZ세대가 오마카세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비싼 돈을 내더라도 만족감을 얻고 싶다는 '가심비'가 꼽힌다. /독자 제공

대기업 기획팀에서 근무 중인 유모(26)씨는 “최근 1인당 15만원 정도 가격대의 오마카세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코로나 사태 때문에 놀러가기도 힘들고 옷을 살 필요도 없어 대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씀씀이를 줄여 집을 사고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나친 집값 급등과 취업난 등으로 지금의 젊은 세대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며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자는 쪽으로의 가치관 변화가 오마카세 인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