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사고 당일 목격자에게 “한 남성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제보를 확인했다.

18일 오전 서울 반포 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고 손정민 씨의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오전 4시 40분쯤 현장 인근에서 낚시하던 일행 7명이 ‘불상의 남성이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제보가 있어 본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어 “목격자 7명을 모두 조사했고 제보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장 조사도 했다”면서 “다만 입수자의 신원이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고, 추가 목격자 확보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계속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생인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쯤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A씨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실종됐다. 손씨가 실종된 지 5일 뒤인 지난달 30일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는 지난달 24일부터 25일 새벽까지 편의점에 수차례 방문해 360㎖ 소주 2병과 640㎖짜리 페트 소주 2병, 청하 2병, 막걸리 3병 등 모두 9병을 구입했다. 그러나 경찰은 편의점에서 구입한 술을 모두 마셨다고 단정할 수 없고, 손씨와 A씨 각각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손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유족에게만 알렸다며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감정서를 통해 손씨의 사망 원인을 익사로 추정했다. 국과수는 부검 당시 손씨의 머리 부위에서 발견된 2개의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손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귀가했고, 토사물이 묻었다는 이유로 신발을 버렸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누리꾼들은 손씨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보고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경찰이 신속히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정민씨 사망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과 소문이 잇따르면서 A씨의 외삼촌이 최종혁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전 서울 서초경찰서장)이라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이에 최 과장은 직접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손씨 사건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나온 루머들은 논란이 된 바 있다. A씨의 아버지가 전 강남경찰서장이라거나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라는 내용의 주장도 나왔지만,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는 ‘A씨 아버지가 근무하는 병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울 한 개인병원의 이름이 공개되자 해당 병원에 누리꾼들이 별점 테러를 하기도 했다.

손정민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무성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실을 밝혀달라는 시민들이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16일 서울 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는 ‘고(故) 손정민군을 위한 평화집회’가 진행됐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 200여명은 ‘정민이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 ‘신속·공정·정확 수사 촉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집회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곳곳에서는 “A씨를 수사하라”, “증거를 조작하지 마라”, “CCTV 공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정민씨 사건이 살인사건이고, 수사기관이 신속히 친구 A씨를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80여명은 공원에서 서초경찰서 앞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지고 있어 수사에 불필요한 혼선이 발생하거나 수사력이 분산되는 등 다소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사망 전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보다는 경찰 수사를 믿고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