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한강공원을 ‘금주(禁酒)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대해 시민들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 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한강공원과 같이 탁 트인 공간에서 ‘치맥(치킨과 맥주)’ 등 가벼운 음주까지 금지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많다.

화창한 날씨를 보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휴일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2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금주구역 지정과 관련해 범위, 시간대 등을 관련 부서와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씨 사건도 금주구역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손씨 사건 이후 서울시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해달라”, “심야시간만이라도 음주단속을 하고 폐쇄회로(CC)TV)를 더 설치해달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도 소셜미디어(SNS)에 손씨 사건을 언급하며 “한강공원이 예상 밖의 ‘안전 사각지대'로 드러났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낭만’으로 여기는 우리의 인식도 개선해보면 어떨까”라며 “서울시가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하도록 신속하게 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현재 서울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에는 한강공원에서의 음주를 명확히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지 않다. 심한 소음 또는 악취,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행위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다만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이 다음달 30일부터 시행되면서 금주구역 지정의 길이 열렸다. 개정안에는 지자체가 지정한 금주구역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될 경우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일부 지자체가 어린이공원 등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운영했지만, 법적 근거는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으로 모든 요식업과 유흥업소의 영업시간이 끝난 지난달 26일 밤 22시 30분이 넘은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일부 시민들이 음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 움직임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강모(26)씨는 “공공 장소에서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한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금주구역 지정은 필요하다”면서도 “전면 금주보다는 금주 시간을 정하거나 개인이 술을 조절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해외 사례를 근거로 꼽는다. 미국 뉴욕주나 워싱턴 DC에서는 공공장소에서 개봉한 술병을 들고만 있어도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는다. 캐나다에서도 퀘벡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공공장소에서 술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반면 한강공원 금주구역 지정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식당이나 술집 등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강공원과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의 가벼운 음주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대학원생 이모(24)씨는 “코로나 확산 방지가 목적이라면 음주가 아니라 한강공원에서의 취식 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안전 측면에서도 과음이 문제지, 한강공원에서 맥주 한 캔 마시는 것이 시민의 안전에 크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홍모(27)씨도 “코로나 사태 속에서 각종 방역 조치로 답답해하는 국민들에게 야외에서 간단히 술을 마시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일부 시민들이 한강 공원에서 과도한 음주를 하는 게 문제라면 단속이나 계도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