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 55분 경. 평일 오전 시간이지만 요즘 떠오르는 상권의 가게에는 사람들이 몰려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박지영 기자
6일 오전 10시 55분. 평일인 목요일 아침,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한 베이커리 앞에는 가게가 열기 전부터 긴 줄이 생겨있었다. 가게 문 앞에서부터 시작된 줄은 꺾어진 골목 안까지 이어져 있었다. 어림잡아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있었다. 연남동은 맛집과 카페가 몰려 있어 ‘핫플(핫플레이스)’로 유명한 동네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대학생 이모(20)씨는 “이 가게는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빵집”이라며 “예전부터 오고 싶었던 곳이라 오늘 근처에 다른 곳을 들리면서 줄을 서게 됐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인 12시가 가까워지자, 연남동 곳곳에 줄이 생겼다.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들 앞에 많게는 열 명 가까이 되는 손님들이 몰려있었다. 종종 직원들이 나와 “2미터 이상 간격이 유지해달라”고 안내했지만, 대체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지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박모(25)씨는 “유명한 빵집 같은 경우는 평일 아침에도 사람들이 매일 줄을 서러 온다”며 “이 동네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인파가 엄청 몰린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긴 줄이 생긴 한 식당. /박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역 긴장감 유지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5월달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처님 오신 날 등 연휴와 행사가 몰려있고 날씨도 따뜻해진 만큼 인파가 몰릴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상권에는 1~2시간 ‘웨이팅(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기본일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사람들간의 접촉이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일 오후 레스토랑, 카페 등이 몰린 익선동 거리의 모습. /박지영 기자

연남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모(28)씨는 “어린이날 하룻동안 사람들이 3층에 걸쳐 웨이팅을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시민들은 모처럼 여유를 즐기기 위해 유명 상권을 찾으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어린이날 연휴에 망원동을 찾은 박모(26)씨도 긴 시간동안 웨이팅을 해야만 했다. 박씨는 “연휴라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며 “1시간 30분을 기다려서야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 긴 웨이팅 줄이 생긴 식당의 모습./박지영 기자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시민들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 중인 신모(27)씨는 “벌써 5월이 다 됐는데 백신 수급도 잘 안 되지 않느냐”며 “우리 같은 20대는 올해 말이나 되어야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걸로 예상되는데 언제까지 방역 책임을 개인에게만 맡길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백신 안전성도 보장 못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만 지키라는 말을 반복하니 이제 지친다”고 했다.

전문가는 시민들의 코로나 피로감이 높지만 백신 접종을 진행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가 일정 기간동안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그 기대가 무너진 상태”라며 “또 소비자들은 백신이 도입되면 어느 정도 정상화가 가능할 거라 예상했지만 이런 기대도 충족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현재 500명 전후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이 숫자에 익숙해진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낮출만한 상황도 안 된다”며 “지금의 방역 체계를 유지하면서 백신 접종을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수급에 문제가 있다 보니 요행을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