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 사이트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려던 정모(27)씨는 “임시 보호자가 올린 게시글에는 책임비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가 입양을 결정하자 태도가 바뀌었다”며 “책임비로 이익을 얻으려는 업자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에게 책임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판매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은 동물을 판매할 수 없는데, 입양자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소정의 돈을 청구하는 책임비를 악용해 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분양 게시글이 올라온다. /포인핸드 캡처

◇ ‘동물 보호' 위한 것인데… ‘악용’ 사례 속출

동물복지단체와 활동가들은 “본래 책임비는 동물을 위한 관행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책임비는 무료로 동물을 입양시키면 ‘공짜’라는 걸 악용해 책임감 없이 데려가거나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까봐 관행적으로 생긴 것”이라며 “통상 1~3만원 정도로 책임비를 받는 것은 동물 보호 차원에서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책임비를 빙자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업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유기동물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이모(26)씨는 “같은 아이디로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동물 분양 게시글을 올리기도 한다”며 “이들은 길고양이를 잡아서 책임비를 전문적으로 버는 업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보호소에 있는 동물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입양할 사람을 구한 뒤 책임비로 30만원 정도 챙기고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기견을 입양하려던 홍시영(가명·52)씨도 최근 과도한 책임비를 요구하는 임시보호자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마리당 20만원만 받아도 4마리면 100만원 가까이 수익을 본다”며 “눈길이 가는 강아지를 발견해 기대하던 중 책임비 수십만원을 요구하는 것을 보고 ‘업자’인 것 같아 단념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가 게시한 공지문. /포인핸드 캡처

과도한 책임비를 근절하려 나선 이들도 적지 않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는 사이트에 지난 12일 공지문을 통해 “최근 입양 책임비로 인한 사용자 간의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며 “취지를 벗어난 책임비 청구는 지양해달라”고 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동물보호소를 사칭한 ‘변종 펫샵’도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관계자는 “변종 펫샵들이 ‘쉼터’ 같은 이름을 달고 입양을 추진해 유기동물 입양자들이 보호소로 착각하도록 유도한다”며 “매장 방문 시 입장비부터 수십만원의 책임비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SNS에 올라온 강아지 분양 글. 책임비로 6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 수익 목적 책임비는 명백한 불법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유기동물 입양 과정에서 지나친 책임비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반복적으로 과도한 책임비를 받는다면, 이는 ‘판매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유실·유기 동물인 것을 알면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판매하면 동물보호법상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동물보호법 제46조는 동물 판매업을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책임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판매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의 거래는 제한되지만,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책임비는 ‘판매 행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업자들이 현행법상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자신이 받는 책임비는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고 우기면 사실상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