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각종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반영하는 도시 일용직 근로자의 월 근로일수를 기존 22일이 아닌 최대 20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주 52시간제 도입, 법정 공휴일 증가,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확산 등 사회·경제 변화에 따라 월 근로일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월 근로일수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달라진 것은 21년 만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사거리에 600여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여있다. /김수정 기자

25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2020년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도시 일용노동자의 월 가동 일수를 22일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법정 통계조사인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의 고용 형태별·직종별·산업별 최근 10년간 월평균 근로일수 등에 의하면 과거 대법원이 월 근로일수를 22일로 봤던 각종 통계자료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일용직 근로자 A씨가 2024년 7월 30일 경남 창원의 한 여관 철거 공사 현장에서 높이 28m의 굴뚝 철거 작업을 하던 중 떨어지는 사고를 겪은 게 발단이 됐다. 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A 씨에게 휴업급여 2억900여만원, 요양급여 1억1000여만원, 장해급여 약 3167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해당 크레인의 보험자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7957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피해자가 사고로 잃게 된 장래 소득인 일실소득을 토대로 손해배상액을 계산한다. 일실소득은 노임에 근로 가동일 수를 곱해 정한다. 근로일수가 줄어들면 손해배상액도 줄어든다.

1심은 월 가동일수를 19일이라고 보고 삼성화재가 공단에 7118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가 51개월간 총 179일을 근무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2심은 월 근로일수가 22일이라며 746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통상근로계수는 일용노동자의 한 달 평균 근로일수 22.3일 전제로 산출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일용직 근로자의 월 근로일수를 1992년 25일이라고 판단한 뒤 2003년 최대 22일로 하향한 데 이어 이번에 20일로 또 한 번 낮췄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시 일용직 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는 20일을 초과해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