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법률서비스를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형로펌까지 내놓으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AI가 법률 조언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비(非)변호사의 법률 행위 제공을 금지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과 ‘무료 법률상담’ 같은 광고 문구가 변호사 업계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선 AI 활용 자체를 막기보다는 혁신을 위해 정부가 적절한 테두리를 그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법무부 청사./뉴스1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연내 변호사제도개선특별위원회(특위)를 열고 AI 법률서비스 사업을 적법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나 조건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변호사제도개선특위는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발족한 자문위원회로 리걸테크 업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줄이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AI 법률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나 개선점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연내에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른 산업군에 비해 법률 시장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 출시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이익을 받거나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면서 법률사건에 관한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한 자’에 해당하는 경우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령 변호사들이 학습시킨 AI가 법률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가 출시됐다면 이 법률 AI가 ‘변호사가 아닌 자’에 해당하는지, 혹은 유료 상담을 하는지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달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국내 첫 AI 법률 챗봇을 출시하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변협에서 대륙아주에 대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소명을 요구하는 등 징계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다. 대륙아주는 지난달 20일 인공지능 스타트업 넥서스 AI, 네이버와 함께 24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법률 챗봇 ‘AI대륙아주’를 출시했는데, 변협은 당시 광고 문구로 쓰였던 ‘24시간 무료 AI법률상담’ 문구가 무료·염가 표방 광고를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한다며 소명을 요구했다. 해당 문구는 현재 ‘법률 Q&A’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한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일본 법무성처럼 정부에서 먼저 AI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위법 소지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고 더 좋은 서비스를 출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