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2019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빗썸)에 부과된 기타소득세를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정부 과세 방침이 없던 시기 803억원에 달하는 소득세를 부과받았던 빗썸은 4년 만에 세금을 부과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들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빗썸이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기타소득세 징수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서울지방국세청(국세청)이 2019년 빗썸에 부과한 세금 803억원이다. 당시 빗썸에 부과된 세액은 영업이익의 약 3분의1 규모였다. 국세청은 빗썸 외국인 회원(국내 비거주자)이 2015~2017년 빗썸에서 출금한 약 3325억원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원천징수세율 22%(지방소득세 2% 포함)를 적용해 세액을 803억원으로 계산했다. 기타소득은 소득세법에서 규정하는 종합소득의 일부로 상금·사례금·복권당첨금 등 일시적으로 발생한 소득을 의미한다.

국세청은 빗썸이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당시 소득세법을 근거로 약 3325억원이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해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 또는 이와 유사한 소득’에 해당하므로 국내원천소득이라고 결론 냈다. 특히 빗썸이 실제 소득을 지급하거나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대리·위임받은 자에 해당하므로 지급 금액에 대해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한다는 게 국세청의 시각이었다.

빗썸은 이듬해 조세심판원에 불복절차를 밟았다. 첫 번째 심판에서 조세심판원은 재조사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국세청은 기타소득세 징수처분을 약 731억원에서 642억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 금액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빗썸은 2022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두 번째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두 번째 심판에서도 조세심판원이 과세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결론 냈고, 국세청은 지난해 1월 625억원이 넘는 금액을 감액 경정해 기타소득세는 약 15억원만 남게 됐다.

행정소송에서 빗썸은 과세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타소득세 징수처분이 조세법률주의에 반하고, 가상자산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만 하고 있어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빗썸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약 3325억원은 국내 원천소득이라고 볼 수 없어 이를 전제로 한 기타소득세 징수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소득세법은 이른바 열거주의 방식을 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상자산이라고 해서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국내자산’, ‘국내에 있는 자산’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내린 만큼, 같은 사안으로 소송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코인원의 기타소득세 징수 처분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빗썸 기타소득세 과세 논란 이후 정부는 2020년 12월 거주자가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부터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했다. 당초 2022년부터 과세가 이뤄질 계획이었으나 국회가 내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