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 전 대표 측은 “2020년 권도형과 결별했고 테라·루나의 폭락 원인도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금융투자상품 투자사기 혐의 등을 받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장성훈)는 30일 오전 10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사기, 횡령), 전자금융거래법·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신 전 대표 등 8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 등은 지난 2018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사업인 ‘테라 프로젝트’가 실현 불가능함을 알고도 허위 홍보를 통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투자자를 속인 뒤, 지난해 5월 루나 코인 가격이 폭락하기 직전 코인을 처분해 4629억원의 부당이익을 거두고 투자자들에게 3769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 중 권도형 대표와 함께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설립한 신 전 대표를 폭락 사태를 초래한 주범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하는 사업이 성립될 수 없는데도 실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돼 결제가 이뤄지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기망했다”며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이 어렵고 그 이해도 낮은 점을 이용해 테라 프로젝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을 숨기고 투자금 유치한 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은 신 전 대표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2020년 권도형과 사업적으로 결별했고, 폭락의 원인도 결별 이후 권도형이 진행한 앵커 프로토콜의 무리한 운영과 외부 공격 때문”이라며 “피고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 코인과 연계해 최대 20% 연이자를 지급하는 예치 개념의 가상자산 투자 방식이다.

변호인은 이어 테라 프로젝트 구상 당시 가상자산 활용 결제 방식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었던 점, 자진 귀국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약정된 루나코인 7000만개 중 32%밖에 수령하지 못 한 점, 신 전 대표가 루나 코인 대부분을 매도한 시점이 루나 코인 가격 폭등 이전인 점 등을 들어 신 전 대표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루나 ‘증권성’도 주요 쟁점이 됐다. 앞서 검찰은 테라·루나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해 신 전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증권성을 입증하기 위해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코인 ‘리플’이 기관 투자자에게는 판매될 때 증권”이라고 판단한 판결문을 증거로 신청한 바 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블록체인 사업인 테라 프로젝트를 벌이면서 루나 코인을 발행·판매해 수백억의 자금을 조달한 점을 증권성의 근거로 봤다. 자금 조달을 위해 루나 코인을 발행하면 투자자들은 테라 프로젝트의 수익을 나눠 받을 권리를 얻는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에 대해 신 대표 측 변호인은 “루나는 증권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정부는 2017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그 발표 내용을 믿고 사업을 수행한 사업자에게 소급해서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어 “한국 자본시장법은 미국법과는 다르다는 것이 학계와 금융 당국의 판단”이라며 “미국법에 근거한 민사법적 판단을 법체계가 전혀 다른 한국법의 형사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