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건설 로고. /뉴스1

법원이 경기 침체로 인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생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회생법원 법인회생1부(법원장 서경환)는 지난 11일 대우조선해양건설에 회생 절차 개시 결정 전까지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보전 처분은 금전 채무에 대한 변제나 담보 제공 등을 금지하는 조치다. 포괄적 금지 명령은 회생 절차 개시 신청에 대한 결정 전까지 채권 등에 대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를 금지하는 명령이다.

◇노조, 임금 미지급에 회생신청…법원, 개시 여부 검토 중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3년 진로그룹으로부터 인수한 기업이다. 2019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에 인수됐다가 다시 한국코퍼레이션그룹 계열사인 한국테크놀로지에 매각됐다.

앞서 노조 측은 서울회생법원에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회생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직원들의 급여를 미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34억원에 달하는 임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노조가 회생 절차를 신청한 뒤 심문 기일(지난 9일)까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현재까지 회사는 회생 절차 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를 접수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RS 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 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법원은 노조 측이 제출한 신청서와 관련 자료를 검토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회생 절차 개시가 결정되면 법원에서 선임한 조사위원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존속 가치와 청산 가치를 분석한 뒤 존속 가치가 높으면 회생을, 청산 가치가 높으면 파산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부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도급 대금을 지연해 고양시 공공분양주택 공사도 중단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다른 공사현장 채권자들이 고양시 공사 기성금에 가압류를 신청해서다. 유동성 문제가 커지면서 사업 규모가 1500억원에 달하는 평택 고덕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공사에서도 빠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은 2021년 말 기준 약 11억6000만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2015년 300억원에 달했던 현금성 자산이 25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자금난 탓에 자회사 데이원스포츠 법인이 운영하는 남자 프로농구단 고양 캐롯의 선수들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매도자인 오리온에 구단 인수 대금도 완납하지 못한 상태다.

모기업인 한국테크놀로지(옛 케이앤컴퍼니)마저 유동성 위기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임직원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한 데 이어 계좌 압류까지 당했다. 과거 한때 법인카드 연체로 인한 미납액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전 대한컬링연맹 회장). /뉴스1

◇검찰, 김용빈 회장 수사 중…상법 위반으로 유죄 선고 받기도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채희만)는 지난해 4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회장의 자택과 한국코퍼레이션(현 엠피씨플러스), 한국테크놀로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콜센터 운영 대행 업체로, 김 회장이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한국테크놀로지의 대주주는 한국이노베이션이며, 한국이노베이션 대주주는 지분 50%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나머지 50%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홀딩스도 김 회장이 대주주다.

김 회장을 비롯한 한국홀딩스·한국코퍼레이션·한국테크놀로지의 전·현직 경영진은 2018년 한국코퍼레이션의 유상증자 당시 빌린 돈으로 대금을 납입한 뒤, 증자가 완료되자 회사에 들어간 돈을 빼와 차입금 변제에 쓴 혐의를 받는다.

2020년 3월 감사인의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미공개 중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보유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코퍼레이션은 감사인의 의견 거절이 누적돼 2021년 1월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주주들은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 3일 항고가 기각됐다.

앞서 김 회장은 특수관계사에 회사 자금 81억여원을 대여한 혐의(상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5∼2019년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홀딩스에 한국테크놀로지 자금 81억여원을 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상법은 상장사가 주요 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등을 위해 신용을 공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 판결은 지난해 4월 확정됐다.

앞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건설지부는 지난해 12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빈 회장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여러 회사에 대여금 또는 해당 회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 자금을 유출했다”며 “결국 2022년 6월부터 임금 체불과 4대 보험 미납이 발생했고, 건설 현장에선 미지급금 증가로 협력 업체가 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