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검찰이 올해 초 경남 고성과 함안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 근로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각 원청업체의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원청의 경영책임자를 기소한 첫 사례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배철성)는 3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삼강에스앤씨 법인과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고성에 있는 삼강에스앤씨 조선소 선박 수리공사 현장에서는 지난 2월 19일 오전 선박 안전 난간 보수 공사 작업에 나선 하도급 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삼강에스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일인 올해 1월 27일 안전보건 담당 임원(CSO)을 선임한 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CSO가 경영책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원청 측이 명목상 CSO를 고용한 것일 뿐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확보에 대한 실질적·최종적 책임자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CSO 선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삼강에스앤씨 조선소장(안전보건관리책임자)과 사망 근로자가 소속된 하도급 업체의 현장소장(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창원지검 마산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김은하)는 함안 한국제강 법인과 대표이사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이날 기소했다. 한국제강에서는 지난 3월 16일 협력업체 소속 60대 근로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t 방열판에 부딪혀 사망했다.

검찰은 원청과 대표이사가 하도급 업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 기준 등을 마련해야 했지만,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하청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협력업체 대표(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안전보건 규칙상 중량물 취급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방열판을 인양하는 크레인에 노후화된 섬유 벨트를 사용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웠던 사내 상주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원청의 안전관리 및 감독이 충실하게 이뤄져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