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사옥./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자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던 나승철 변호사가 쌍방울 그룹(이하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기간 단 한 번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사외이사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는데도 쌍방울로부터 보수를 받은 것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나 변호사에게 사외이사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이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신 납부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나 변호사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사외이사 재직 기간(2020년 9월~2021년 2월) 동안 총 6번의 이사회가 열렸으나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는 회사의 중요 의결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다. 상법 제382조의3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나노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0년 사외이사에게 1인당 평균 3200만원을 지급했다. 나 변호사의 재직 기간(6개월)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나 변호사가 받은 액수는 16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쌍방울과 검찰 모두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2021년 1분기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사외이사 이사회 출석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나 변호사는 과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 이 대표가 2018년 지방선거 TV 토론회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허위 사실 공표로 볼 수 없기에 무죄라는 취지의 대법원 파기 환송을 이끌어냈다.

이 대표는 당시 1~3심에 걸쳐 30여 명의 변호인단을 꾸렸지만 수임료로 약 3억원만 썼다고 밝혀 대납 의혹이 불거졌다. 고위 전관이 변호인단에 포함된 것에 비해 소액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 깨어있는 시민연대당은 변호사비 관련 발언이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해당한다며 작년 10월 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대표는 “제가 선임한 것은 개인 4명, 법무법인 6명이었고 민변 전임 회장 등이 지지 차원에서 변론에 참여 안 하고 서명해준 게 있어 총 14명”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변호사가) 대부분 사법연수원이나 대학 동기”라고 밝혔다. 지지 차원에서 단순히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경우도 있다는 취지였다.

2020년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이사 보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검찰은 지난달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면서도 쌍방울 그룹의 사외이사 급여가 변호사비로 지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나 변호사 등이 쌍방울 그룹 관계사 사외이사, 경기도청 자문 변호사(산하기관 포함) 등으로 선임돼 사외이사 급여·자문료·소송 수임료 등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변호사비 명목으로 지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급했다는 변호사비에 대해 “통상 보수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소액”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더 많은 액수를 지급했을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다만 쌍방울 그룹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이고 당시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들이 출석 요구에 불응해 공소시효까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사건 본류인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고 있다.

나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지낸 나노스는 쌍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과 관련이 있는 회사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5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를 만나 나노스의 북한 광물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노스는 원래 스마트폰 카메라 부품 등을 만들던 곳이다. 그런데 그 해 1월 사업 목적에 광산·해외 자원 개발업 등을 추가했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이 대북 사업을 호재 삼아 주가 부양에 나섰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북통인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옛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여기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달 말 쌍방울로부터 뇌물과 정치자금 총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이 대북 사업 이권 등을 위해 이 전 의원에게 뇌물 등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 주변 인물과 쌍방울 그룹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 사업 등으로 얽히고 설킨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비즈는 이날 나 변호사에게 사실 관계를 물었고 그는 “확인해보겠다”고 한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