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뉴스1

쌍방울 그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옛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연결하는 민간 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북한 크루즈와 철도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관광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 사업 이권을 위해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아태협을 통해 경기도 대북 행사에 후원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30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쌍방울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는 2019년 5월 중국 선양에서 만나 북한 철도, 관광, 지하 광물 사업 등을 논의했다. 민경련은 북한의 대남 민간 부문 경제 협력을 전담하는 단체다. 검찰은 이 전 의원도 여기에 개입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관광과 광물 등 여러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시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관계 분위기가 좋자 (아태협에서) 북한 크루즈, 철도, 옥류관, 광물 사업 등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모 아태협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호형호제하는 사이였고 안 회장이 (대북) 사업을 따오면 1순위로 논의하는 곳이 쌍방울이었다”며 “다만 (함께 대북 사업) 논의는 했겠지만 실제 추진까지 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했다.

아태협은 2020년 12월 계간지를 창간하며 ‘평화 고속 철도·도로’와 쌍방울 그룹을 언급했다. “민족 기업이 민족 평화의 길로 달려가는 날이 도달해야 남북이 평화 고속 도로나 평화 고속 철도를 건설하고 개통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민족 평화의 길을 달리고 싶은 기업과 기업인을 만난다”고 했다(7~8쪽). 그러면서 “민족 평화의 길을 달리는 민족 기업”으로 쌍방울 그룹과 김 전 회장을 67~72쪽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안모 아태협 회장은 김 전 회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쌍방울 그룹이 이 전 의원과 2011년부터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을 잘 아는 정치인으로 활동한 그가 정치권과 지자체를 향한 쌍방울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도 2018년 8월 경의선·경원선 전철화와 비무장지대 관광화 등을 통해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18년 11월에는 경기도와 아태협이 대북 교류 행사인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를 주최했다.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 관료가 경기도에 직접 와서 참석했다. 경기도와 아태협은 2019년 7월에도 같은 행사를 필리핀에서 열었다. 쌍방울은 아태협을 통해 경기도에 행사 비용 수억원을 후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전 의원은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대북 사업을 총괄했다.

이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2017년 3월부터 쌍방울 사외이사로 근무하다 2018년 6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그만두고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냈다. 이후 경기도가 지분 33.3%를 갖고 있는 킨텍스 사장이 됐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 사업 이권을 위해 경기도 대북 사업을 총괄하던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보고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8월부터 올해 초까지 쌍방울로부터 뇌물과 정치 자금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8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