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변호사법 1조 1항)

변호사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익을 얻는 직종이지만, 다른 직업과 달리 공익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동법 27조).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공익활동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해 변호사들이 매년 ‘20시간’은 공익을 위해 힘쓰도록 하고 있다.

이에 로펌들은 다양한 프로보노(pro bono·재능기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법률 지식을 활용한 취약계층 공익변호나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기획 공익소송은 물론 기부나 후원, 봉사 등 여러 공익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해 청소년 대상 법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김앤장 제공

◇법률 교육부터 무료 소송까지… 전방위 공익활동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사회공헌위원회(이하 사공위, 위원장 목영준)는 ‘나눔과 동행’이라는 모토 아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기부 문화 확산 등 소외 계층에 대한 봉사를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공익소송, 공익법률 제·개정 지원, 취약계층에 대한 법률 지원 및 교육 등의 활동도 펼치고 있다.

사공위가 주력하는 공익 활동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 교육이다. 사공위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해 청소년들에 대한 법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중국 광저우 한국 학교와 베트남 호찌민의 한국 학교 학생 등 해외 거주 청소년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공익전담 변호사로 활동중인 박중원 변호사는 “해외에 소재한 한국 학교와 법 교육은 처음 시도한 것으로, 참여한 청소년들이 국내 법뿐만 아니라 현지 법률도 찾아보는 등 열의를 보여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공익활동위원회(위원장 고원석)는 ‘세상에는 빛으로, 이웃에는 사랑으로’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난민과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익소송에 임하고 있다.

공익위는 최근 예멘 출신 A씨에 대한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검찰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A씨가 체류 기간 연장을 위해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출입국사무소에 제출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공익위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A씨를 위해 아랍어 통역인을 구하고, 형사 재판 변호를 통해 지난 5월 무죄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009년 국내 로펌 중 최초로 공익활동을 전담으로 하는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강용현)을 설립했다. 이후 비영리민간단체(NPO) 법률 지원을 위한 동천NPO법센터를 만들어 대형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성년 난민인정자의 가족 결합권을 처음으로 인정받고, 난민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화우공익재단은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을 상대로 제기된 상영금지 가처분, 영상 삭제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영화사와 감독을 대리해 기각 결정을 받아냈다./법무법인 화우 제공

◇소외계층 무료 자문·후원 사업… 사각지대 해소에 방점

법무법인 율촌과 사단법인 온율은 경제·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법률 자문에 집중하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이 보육원 퇴소 후 홀로서기를 하던 중 사망한 친부의 부채를 떠안게 되는 일이 있었는데, 온율은 채무 상속 포기 방법에 대해 조언해 구제를 받도록 했다. 최근에는 금융권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경제 지원을 펼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과 업무 협약을 맺고 사회적 기업가 및 취약 계층 성장 지원 사업에 대해 법률 자문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강석훈 대표변호사는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해 기여할 방안을 꾸준히 기획할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수행하는 로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2014년 ‘사회와 이웃에 대한 나눔과 이음을 실천하는 전문가’라는 비전 아래 사단법인 나눔과 이음(이사장 민일영)을 설립했다. 나눔과 이음은 사회 통합에 초점을 맞춰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북한 이탈주민 지원 등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한다. 노숙인, 저소득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기 후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최근 나눔과 이음은 가해자가 온라인에서 호의를 가장해 거짓 신분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한 뒤 유대관계를 형성한 후 성착취를 가한 사건을 세종과 연계해 수행하기도 했다. 김우재·이예지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통해 유죄가 인정되기 어려운 그루밍 범죄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나눔과 이음 이사장인 민일영 전 대법관은 “최근 폭염과 폭우로 인해 우리 주위에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과 노인, 탈북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공익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화우공익재단(이사장 이인복)은 2014년 ‘나눔과 사랑의 실천’이라는 이념으로 법률 전문가로서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설립됐다. 홈리스, 이주민·난민 등의 사회적 취약계층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시민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한 문화사업과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일례로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을 상대로 제기된 상영금지 가처분, 영상 삭제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영화사와 감독을 대리해 기각 결정을 받아냈다. 이 영화는 서울시에서 17년 만에 신규 설립되는 공립 특수학교 ‘서진학교’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사회 갈등을 소재로 했다. 서진학교 설립 반대 측 입장을 대변한 B씨가 “자신의 발언이 님비현상으로 비춰져 명예가 훼손되고 초상권이 침해됐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대륙아주의 메타버스 상담소 월드./법무법인 대륙아주 제공

◇공익법 생태계 조성, 메타버스에 상담소 차리기도

법무법인 지평과 사단법인 두루(이사장 김지형)는 공익법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두루는 국내 로펌 공익법인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에 분사무소를 내고 인권 사각지대를 발굴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시각·청각장애인을 대리해 영화에 자막과 화면 해설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에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입구에 경사로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을 이끌어냈다. 이런 활동으로 2021년 한국장애인인권상을 수상했다.

법무법인 바른과 공익사단법인 정(이사장 박일환)은 법률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각종 법률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중국 국적 취득자이면서 탈북자로 위장해 정착지원금을 받은 혐의로 3년 동안 재판을 받은 북한이탈주민 사건 등 공익소송을 지원하거나 법률 상담을 수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급식이나 급식소 중단 등으로 결식 위기와 돌봄 부재에 놓인 아동·청소년에게 식품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정 이사장인 박일환 전 대법관은 “고단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몸과 마음으로 다가가는 나눔을 실천하면서 정이 넘치는 밝은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공익위원회(위원장 김용헌)는 지난달 29일 대형로펌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에 청소년 학교 폭력 상담을 위한 상담소를 마련했다. 위원회는 청소년 상담소에서 학교 폭력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무료 법률 자문을 제공한다.

김 위원장은 “단순히 의무를 넘어 변호사로서 공익적 사명을 지키고, 전문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취지로 다양한 공익활동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원과 사단법인 선(이사장 강금실)은 공익법 활동을 통한 환경과 젠더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난민 신청자와 보호종료아동 조력 등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법률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센터에서 의뢰하는 법률 상담을 상시 수행하고 있다. 또한 상속 채무로 곤란한 상황에 놓인 아동을 대리하고 있다.

강 이사장은 “아동과 청소년뿐만 아니라 청년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공익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