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뉴스1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와의 국제 분쟁에서 요구액 약 6조원 중 2800억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정이 나온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최소한의 패소”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100% 승소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금액을 얼마나 감액하는지가 쟁점이었는데, 인정된 배상액이 청구액에 비해 낮았다는 점에서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가 인정한 손해배상 금액은 2억1650만 달러다. 환율을 1300원으로 환산하면 정부의 배상액은 2800억원 수준이다. 최근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배상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이자액까지 포함하면 최종 배상액은 3~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중재판정부의 판단을 두고 “한국 정부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론스타가 청구한 6조원을, 5%도 안되는 2800억원으로 잘 막았다는 취지다. 대형로펌의 국재중재팀장 변호사는 “론스타가 청구액 관련해 주장을 교묘하게 해온 것으로 안다”며 “부풀렸던 부분들을 걸러 감액할 포인트를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극한의 패소’라는 평가도 나왔다. 중재 전문의 한 미국변호사는 “선방한 게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20년 론스타에서 1조3000억원 수준에서 합의하자고 했는데, 정부가 거절했다”며 “(판정이) 이보다 한참 낮게 나왔으니 완전 성공한 것이고, 정부 측에서 대응을 잘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과실을 인정한 것은 맞지만 6조원까지 물어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과거 한국 정부의 과세 정책이 잘못됐다는 해외 학자들의 주장이 나오면서 한국이 100% 승소할 수 없다는 평가가 있는 상황에서, 배상액을 많이 깎은 것은 그 자체로 승소”라고 전했다.

론스타 사건에 정통한 한 법조계 인사는 “대체로 ‘선방했다’고 보는 것 같다”며 “2006년 대검 중수부의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 수사’도 인정되면서 의미가 있지만, 정부 책임이 일부 인정된 게 아쉽다. 바로 잡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만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론스타의 청구액이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있던 상황에서 배상액과 이자, 변호사비 등 소송비용을 국고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번 분쟁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1호’ 사건으로, 국가에 주는 의미가 컸음에도 패소해 좋지 않은 선례가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책임이 일부 인정된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알려졌음에도 ‘정부의 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중재판정부의 판단이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1호 사건이 ‘지는 선례’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6조원이라는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며 “그간 과다지출됐다는 평가가 있었던 상황에서 이번 배상액은 절대 적지 않은 규모”라고 했다.

이밖에 향후 정부의 규제·정책과 해외 투자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법무법인 화우의 김명안 외국변호사는 “해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정부 정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각 FTA별 관련 조항의 기준을 심도있게 살필 필요가 있다”며 “이후 일관성 있게 대응하면 유사한 분쟁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