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나 사고 등으로 치아를 잃을 경우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다. 인공적으로 치아를 심는 만큼 임플란트 시술은 임플란트와 잇몸뼈가 얼마나 잘 붙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임플란트 제조업체들은 임플란트 표면에 자외선(UV)을 조사(照射)해 인공 치아를 잇몸에 심었을 때 피와 임플란트가 흡착되도록 하는 기술, 즉 친수성(親水性)을 높이기 위한 특허 경쟁을 벌여왔다.

반도체 장비업체 원익QnC는 임플란트에서 치아 뿌리에 해당하는 ‘픽스쳐’의 표면을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기계가 일렬로 나열된 임플란트에 UV광을 조사하는 방식이었다. 한 면만 처리할 수 있어 임플란트를 돌려가며 UV광을 쏴야 했다. 하지만 원익QnC는 도넛처럼 가운데가 뚫린 램프를 개발했다. 임플란트에 UV를 균일하고 빠르게 조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원익QnC는 2018년 5월 ‘임플란트 픽스쳐의 표면 개질 기술’ 특허를 출원하고 2020년 5월 특허를 등록했다. 그러나 의료기기 전문기업 덴티스가 2020년 10월 유사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원익QnC의 경고장을 받은 덴티스는 특허심판원에 원익QnC의 특허를 취소해달라는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궁지에 몰린 원익QnC는 특허를 지키기 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김앤장 변호사와 변리사는 한 팀으로 똘똘 뭉쳐 덴티스의 모든 주장들을 기각시켰다. 김앤장을 등에 업은 원익QnC는 특허심판원에 이어 2심 격인 특허법원에서도 모두 승소하면서 기술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표면 개질 처리 전후 임플란트 픽스쳐의 골 유착도 차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 25개 선행발명 주장한 덴티스… 각개 격파한 김앤장

임플란트 픽스쳐에 UV광을 조사하는 기계는 치과에 납품된다. 기존 장비는 UV광을 쬐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계의 크기도 컸다. 치과에서는 기계를 둔 방을 따로 마련해 임플란트 시술을 준비했다.

원익QnC는 시중에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칫솔 살균기 정도 크기의 장비로 개발했다. 환자 옆에서 임플란트에 UV광을 조사해 바로 시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술 효과도 극대화되면서 치과의사들은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원익QnC의 제품을 선호했다. 그러나 덴티스가 유사 기술을 접목한 기계를 내놔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원익QnC는 타격을 입게 됐다.

덴티스는 특허법원 단계에서 17개 선행발명을 제시하고, 특허법원 단계에서는 8개 선행발명을 주장했다. 먼저 덴티스는 램프의 내부와 외부로 나눠진 이중관 구조와 방사 방향이 다양한 기술이 이미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램프 외부로 임플란트에 UV광을 조사하는 기술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덴티스는 이 두 기술을 결합해 원익QnC가 개발한 특허 기술이 특허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앤장은 두 기술 사이에 ‘기술 장벽’이 있다고 반박했다. 원익QnC가 특허를 내놓기 전까지 임플란트에 UV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사하는 기술과 램프 내부로 고체를 넣어 UV광을 쐬는 기술이 결합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앤장은 두 기술을 분류해 타임라인으로 각 기술을 정리해 재판부에 제시했다.

특히 원익QnC가 기술을 내놓기 전 도넛같이 생긴 램프 안에서는 물이나 기체를 정화하거나 살균하는 역할만 해왔다. 고체를 넣은 것은 원익QnC가 최초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앤장은 원익QnC가 특허를 출원하기 전 고체는 램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조사되는 방식으로 처리돼왔다는 점을 논문, 기사, 기고, 광고 동영상 등의 근거자료를 정리해 재판부에 설명했다.

김봉섭 김앤장 변리사는 “덴티스 측이 증거로 25개의 기술을 제시해 램프 기술과 임플란트 처리기술의 변천 과정을 나열해 정리했다”면서 “기술 간의 장벽이 있어 ‘따로국밥’처럼 각각 흘러왔고, 교류된 적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특허법원 제2부는 지난 6월 17일 원익QnC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플란트 픽스쳐와 같은 고체 유형물을 배치해 처리하는 기술이 원익QnC 특허발명 출원 전에 공지됐거나 주지관용의 기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특허권, ‘사후적 고찰’ 해선 안 된다” 주장해 승소

특허는 사후적 고찰로 인해 소멸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발생한 과거 사실에 대해 나중에 그 가치를 판단할 때 발생 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콜럼버스가 밑동을 깨뜨려 세운 뒤에야 “나도 달걀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최초의 아이디어를 폄하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김앤장은 대법원 판례를 제시해 원익QnC의 특허가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따질 때 기존 기술들이 있었음을 전제해 사후적으로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었는지를 판단해선 안 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특허법원 판사 출신 강경태 김앤장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는 “판단 기준은 출원 당시, 그 당시 기술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숨은그림찾기 답을 안 뒤 문제를 보면 눈에 잘 보이는 것처럼 원익QnC의 기술도 특허가 나오기 전에는 생각하기 힘든 기술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허법원 판결 이후 덴티스(두호특허법인 대리)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원익QnC는 그동안 덴티스가 기술을 침해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향후 라이선싱 계약 체결을 놓고 덴티스와 협상할 수 있게 됐다.

왼쪽부터 강경태 변호사, 김봉섭 변리사, 조성신 변리사, 김종권 변리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 중소기업 ‘특허’ 지킴이… 원팀으로 뭉쳐 방어

대기업은 회사 내에 법무팀을 꾸려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은 여력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특허를 지키는 것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일이 되기도 한다. 법무팀이 없는 중소기업은 특허를 지키기 위해 김앤장을 찾는다. 김앤장은 지식재산권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발생한 중소기업 약 30~40%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 소송의 경우 1심에서부터 승소를 거머쥐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법원에서 특허 무효 판결을 내리는 비율이 70%가량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비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허의 경우 한번 무효가 되면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의 사활이 걸린 기술을 지키기 위해서는 1심에서부터 방어해야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김종권 김앤장 변리사는 “특허 기술의 경우 해외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글로벌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전략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전략을 함께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앤장의 변호사와 변리사가 협업해 기술적인 부분과 법리적인 주장을 한 번에 검토하면서 시너지를 냈다. 조성신 김앤장 변리사는 “재판부에 기술적인 부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보충하는 변리사와 송무를 담당하는 변호사 간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진 점이 승소로 이끄는 데 한몫했다”고 강조했다.